사실 난 네이버 블로그에 전체 비공개로 글을 써온지가 4년,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글을 써온지가 1년 반이다.
그러니까 네이버 블로그에 남몰래든 아니든 글을 써온 게 어느덧 5년 반이나 되었다.
생각해 보니 처음에 비공개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도, 공개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리고 지금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도 비슷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어디엔 가라도 하소연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는 것.
4년이나 썼던 비공개 블로그는 말 그대로 "나만의 대나무 숲"이었던 셈이었다.
교권침해로 불안증이 터져 헤매고 있던 당시의 나의 불안증을 치료해 주던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자랑하듯 말을 하였었다.
"선생님, 제가 비공개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근데 여기에 글을 쓰고 털어놓으니까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요. 생각보다 후련해지더라고요."라고...
선생님께서 이 말을 듣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그림크림씨만의 대나무 숲이네요..."
라고 하셨고, 난 이 말이 썩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이 비공개 공간을 "나만의 대나무 숲"이라고 불렀었다.
누군가와의 관계나 여러 문제로 힘들어질 때면 나만의 대나무 숲인 비밀 블로그에 들어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마구 지껄이듯 쓰기 시작했고..
많은 전문가들이 일기는 손으로 직접 써야 한다고들 하지만 난 종이에 글로 쓰는 것이 아닌, 타자로 비밀 블로그에 적는 게 나는 훨씬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나의 생각의 속도보다 나의 타자 속도가 훨씬 빨라 아무 생각 없이 타자를 치고 있다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나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내 마음속 감춰진 이야기들이 술술 꺼내어진다는 거였다.
내가 왜 마음이 갑자기 힘들고, 왜 갑자기 침울해지는지 그 원인도 늘 모른 채 힘들어하기만 했던 나의 회피형 성격에 직면하고 파악하는 데에 의외로 참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4년 정도를 비정기적으로 썼던 비밀 블로그는 마음이 단단해졌는지 어느덧 들어가 쓸만한 일이 생기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의 질병 이슈를 계기로 공개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가 벌써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세 가지였다.
첫째. 어딘가에 투약일지와 변화를 기록하여 저장해 두기 위해서.
건망증인지 기억력이 매우 나빠 진료를 보고 오거나, 티라노씨와 나의 ADHD약복용으로 변화된 투약일지를 어딘가에 기록해 놓고 이를 분석해야 할 것 같다는 필요성에서 기록해 놓기 시작했었다.
둘째. 어딘가에라도 하소연하듯 쓰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오랜 세월 ADHD로 아무도 모르게 더욱 애쓰며 살아 낼 수밖에 없었던 서러움..
이 설움을 내 사랑하는 티라노씨에게 물려주게 되었다는 데서 밀려오는 자괴감과 자책감...
그리고 ADHD로 산다는 게 얼마나 애를 써야하며 서럽고 외롭고 힘든지 그 누구보다 너무나 잘 알기에, 나의 티라노씨도 나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
그러나 우리의 이 ADHD이야기를 주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기에 더더욱 마음은 내성발톱처럼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런 감정들에 휩싸여 어딘가에라도 하소연이나 한풀이를 하듯 써놓지 않으면 정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셋째. 마지막으로는 ADHD를 가진 교사로서 살아 낸 나의 노하우가 ADHD로 고민하는 누군가들에게 혹여 도움이 될까 싶어서.
어쨌든 나는 ADHD임에도 불구하고 수십대 일의 중등 과학과 임용고시에 합격을 하여 과학교사가 되어 현재까지 잘 살고 있고, 나의 역경을 극복한 노하우가 나의 티라노씨뿐 아니라 누군가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