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보는 기쁨

순간, 찰나...

by 강주미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그 순간을, 그 찰나를 찾아내는 일을 나는 좋아한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일, 설령 알아차렸어도 대수롭지 않아서 지나쳐 버리는 그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이다. 해가 질 때쯤에 가로등이 순간 빠바밤 켜진다. 차로 달리고 있는 순간 이것을 본다면 아주 작은 변화라서 눈치채기 힘들지만 나는 그 작은 변화를, 아주 잠깐의 찰나를 아무도 모를 그 순간을 알아챈다. 나만 그 시간에 잠깐 머무르는 것만 같다. 그 시간은 상대적이다. 물리적인 시간은 찰나지만, 나는 그 순간에 머문다. 한동안 기분 좋게 마음이 정화된다. 해가 져서 어두워졌을 때 가로등이 켜지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데, 가로등은 어둡기 전에 미리 길을 밝혀두는 것 같다. 가로등이 정해진 시간에 켜진다면 그 순간을 알아차리기는 쉬울 것이다. 일몰 시간과 고도를 기준으로 정해 놓은거 같다. 이건 추측이다. 중산간 도로에서는 더 빨리 켜지는 거 같아서 해본 추측이다. 일몰 시간 전에 켜지는 건 맞다. 이건 찾아봤다. 어떤 사람이 이 시간에 가로등이 한 번에 다 켜지도록 버튼을 누른다면 그 임무는 너무 막중한 책임이 따를 것 같다. 마치 어린 왕자가 만났던 가로등 켜고 끄는 사람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는 가로등 점등 방법이 자동화이고, 그건 일몰 시간 기준 몇 분전, 이런 식이란다. 일몰시간이 여름에는 보통 7시이고, 겨울에는 6시쯤이다. 그러니 얼마나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이 소중하겠는가.


또 자주 보는 순간이 있다. 이건 내 지인들은 알고 있어서 나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같은 숫자의 반복을 보는 순간인데, 이건 가로등보다 훨씬 보기 쉽다. 11시 11분, 이런 시간은 1분이나 지속되니 자주 볼 수 있다. 같은 숫자를 보는 또 하나는 차 번호판이다. 우리 동네에는 1111 차량이 있다. 이런 건 사진으로 찍어 놓는다. 언젠가는 모든 숫자를 모을 수 있을 거 같다.


일상에서 작지만 소중한 나만의 순간이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무탈한 하루에 소금 한 알갱이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소금의 역할은 짠맛을 내는 것 외에 재료들의 맛을 살리는 것도 있다. 하루하루의 맛을 살려주는 나만의 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sketch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