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사랑

어린 나를 돌아보며...

by 강주미

한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의 사정으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두 분이 계시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잠깐이라고 하기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4년 정도를 보낸 그 시간이 훗날 그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 아이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주셨다. 앞에 조건이 붙지 않는 무한의 사랑이었다. '네가 이렇게 하면, 이걸 해줄게.'라는 단서는 전혀 없었다. 항상 조건 없이 해주셨다. '구두를 닦아놓으면 100원을 줄게.'라는 말은 없었다.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구두를 닦아서 신고 나가시는 것을 보고 스스로 한 행동이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해주셨다. 칭찬만 있을 뿐, 다른 보상은 없었다. 그 칭찬이 듣고 싶어서 또 무슨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았을 뿐이다. 할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타고 동네를 씽씽 달리면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좋아서 할아버지 나들이에 항상 동행을 하곤 했다. 커다란 할아버지 등에 기대어 '우리 할아버지'라는 타이틀을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날에는 귤을 좋아하는 아이는 방에 있던 귤 바구니를 다 먹고 방 안 사방에 토를 했다. 할아버지에게도, 할머니에게도 혼나진 않았다. 할아버지에게 혼나는 할머니 모습을 보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쳤을 뿐이다. 할아버지는 귤 바구니에 귤을 많이 놔뒀다고 할머니를 나무랄 뿐이었다. 이 아이는 아침이면 할머니를 따라서 달걀을 주우러 다녔고, 외출 나가시는 할아버지 자전거에 올라타서 세상을 구경했다. 때로는 혼자 뒷산에 개미들을 쫓아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다 만난 군인 아저씨의 모습에도 놀라진 않았다. 그 군인들은 이 아이가 어느 집의 아이인지 알았기 때문에 내려가라는 말을 들을 뿐이었다. 그러면 아이는 떼를 쓰지 않고, 인사를 하고 뒤돌아 산에서 내려왔다. 개울가에서 뱀을 발견하고도 놀라지 않는 아이였다. 얼른 달려가서 낮잠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깨워 뱀을 발견한 장소로 향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뱀을 발견하면 할아버지를 부르라고 하셨다. 아마도 키우던 강아지가 뱀에 물릴까 봐 뱀을 멀리 치우시는 거 같았다. 실제로 강아지가 뱀에게 물린적이 있었다. 겨울이면 눈이 아이의 무릎 높이까지 쌓였다.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지만, 아궁이의 불이 방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우리의 아랫목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아이가 먹는 밥상은 언제나 맛있고, 즐거웠다. 할머니는 생선 가시를 발라 아이의 밥에 얹혀주었다. 가시가 많은 갈치도 언제나 살만 발라서 주셨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쌀 강정은 아이의 유일한 간식거리였다. 소쿠리에 한가득 있던 쌀 강정은 따뜻했다.


사랑의 참뜻을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된 아이는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만 있었다. 아이는 그것이 슬프고 힘들지 않았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엄마가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기 때문에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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