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이 지켜온 것
골프를 치다 보면 가끔 공의 밑동을 맞혀 공이 높이 뜰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말한다.
“텐뿌라 났어.”
기름에 재료를 넣을 때 탁 하고 튀어 오르는 모습과 비슷해서 붙은 말일 것이다.
나에게 텐뿌라는 그 정도의 단어였다.
어릴 적 시장에서 팔던 어묵.
학교 앞 분식집의 튀김.
그걸 그렇게 불렀다.
그래서 나는 그게 일본어인지도 몰랐다.
일본에 와서야 조금 다르게 알게 되었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텐뿌라’라는 이름.
익숙한 모양인데 가격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그건 그냥 비슷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장모님을 모시고 갈 식당을 찾다가
한 가게를 알게 되었다.
'텐뿌라 타카시치'
140년이 넘은 가게였다.
역에서 십분 남짓 걸어서 주변에 음식점이 하나도 없는
비탈진 내리막 길이 평평해질 즈음 오롯이 가게가 있다.
노렌이 걸려있을 때는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다.
오래된 노포를 떠올렸지만 생각보다 단정하고 젊은 느낌이었다.
대신 방식은 분명했다.
정해진 인원만 받고 예약이 없으면 돌아가야 했다.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런치 세트 네 개 주세요.”
기름 소리가 들리고 하나씩 튀겨져 나온다.
막 건져 올린 텐뿌라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바삭하게 부서지고
그 뒤에 기름의 맛이 따라온다.
기름에 튀겨져 있는데 가볍다.
레몬 그린에 가까운 색의 음식이 서로 엉켜 충실한데도 무겁지 않았다.
하나하나 오히려 정리되어 있었다.
재료마다 먹는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해 준다.
이건 소금, 이건 간장.
말을 듣고 그대로 먹어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맞는 맛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 이건 내가 알던 그게 아니구나.
두 번째로 든 생각은 간결함이었다.
가게 안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왼쪽에 계산대가 있고 순서대로 앉기 좋게 오른쪽부터 테이블이 있다.
새로운 것이 없고 오히려 기본에 가까웠다. 특별한 것은 없다.
그래서 어제도 왔던 곳처럼 이상하지 않았다.
14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선택이 있었을 텐데
그 자리에 남은 건 요리를 제공하기 좋은 동선과
깔끔한 환경으로 음식을 즐기기에 충분한 분위기.
결국 남은 건 기본을 지켜온 방식이었다.
덜어내고 남긴 것들.
장모님은 뭐가 기쁘셨는지 말씀이 더 많아지셨다.
듣는 아이와 아내도 덩달아 웃게 되었고
나는 또 먹으러 오자고 의기양양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음식 이름을 쓰고 있어도 같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시간이 만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