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케이~!
뽀얗게 벚꽃이 피고 나서 낱잎이 살랑살랑 날릴 무렵 이곳은 졸업과 입학 시즌이 된다. 4월이다.
그즈음 윗 학년 선수들이 팀에서 떠나간다.
아장아장 축구를 할 때부터 있던 형 누나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게 매년 낯설지만 또 따라오는 동생들을 맞이하게 되는 시간이 된다.
처음 겪는 넓은 곳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3학년부터 이제는 익숙한 그라운드를 떠나는 6학년까지의 마지막 전체 연습을 하게 되는 날, 팀의 새로운 주장을 발표한다.
이날은 전임 주장은 아쉽고 후련하게 빨간 캡틴 완장을 자기 팔에서 빼고 그 무게를 새로운 주장에게 건네준다. 서로에게 당부의 인사말도 나누게 된다.
리그 전을 시작하게 되는 3학년 아이들은 처음으로 익숙지 않은 무거움을 느끼며 팀의 주장을 맞이한다.
어느 팀이던 소년팀 주장이라는 역할은 크지 않다. 그냥 빨간 완장을 찬 선수가 한 명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점차 성장을 거듭할수록 시합 중에는 주장에게 의지해야 하고 주장은 승패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그 첫 관문을 만드는 소중한 과정이 되는 것이다.
6년간 코치들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성격을 보고 실력을 보고 단 한 명을 정한다.
아이는 그간 여러 활동을 했지만 워낙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고 같은 학년에는 16명이나 6년간 개근을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미리, 주장이 아닌 편이 더 마음이 가볍다 너는 네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는 찬스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리에서 꿋꿋이 자기 역할만 하면 된다 그리고 네 목표에 지금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가슴 아프게도 아이가 아닌 나의 다짐에 가깝다.
무심한 듯 마지막 전체 시합을 나섰다.
축구 가방에 수통과 색깔별 빕스, 정강이 보호대를 넣어주었다.
현관에 쭈그리고 앉아서 축구화 끈을 고쳐 메고 있다. 연습 중 풀리지 않게 두 번 묶으라고 했다.
두 번째가 잘 안 되는지 한동안 고개 숙인 아이를 잠시 기다려 주었다.
그럴 때 일 수록 더 천천히 해. 네 맘에 들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끄덕였다.
연습이 끝난 아이들은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진흙투성이였다.
열심히 한 만큼 더러워져 있었고 잠시 쉰 아이들은 엉덩이 두쪽이 동그랗게 자욱이 남았다.
그리고 드디어 전체가 모이게 되었다.
학년별로 나란히 옆으로 네 줄 서있었다. 그리고 주목받았던 아이들은 앞으로 나가기 좋게 가운데에 자신만만히 서있다. 아이는 맨 끝자락에 서있다.
진흙이 많이 묻어서 유니폼 색이 샙그린으로 보인다. 뺨에 묻은 흙먼지가 말라가고 있다.
다음은 팀 완장 전달식입니다.
현 주장 유우타 나와서 새 주장에게 완장을 건네주세요.
'팀 새 주장은 케이~!'
헉. 잠시 정적이 흐른다.
고개 숙였던 아이는 어쩔 줄 몰라하고 가운데 섰던 아이도 어쩔 줄 몰라했다.
작은 비명 같은 웅성거림이 시작되었지만 나는 소리가 아득해진다.
'앞으로도.. 축구.. 를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누가 보아도 준비를 못한 코멘트에 하나 둘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 팀은 제대로 된 협력 플레이가 아직 안된다.
막 들어온 아이들은 축구 성장이 따라 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이런 팀을 이끄는 것은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게 아이의 첫 시험 무대이며 넘어가야 할 과정이 된다.
뺨에 흙먼지가 말라가던 아이가 빨간 완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