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우동

100년 전 살아남기 위해 만든 맛

by 무비

오늘의 운세 1위는 전갈좌!


아이가 축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 우동집이 하나 있다.

입구 칠판에 적혀있는 오늘의 운세를 매번 보고 자신의 운세를 점쳐본다.


매일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우동집이지만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보통 한국 분식점처럼 간단히 라면 뚝딱 한 그릇하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면지 못한다.

이곳의 우동은 고급 와규 우동집이기 때문이다.


원래 일본에서 우동이라는 이 음식은 다랑어 국물 베이스에 굵은 면이 들어가 있는 심플한 형태의 음식이다.

우동이라는 이름도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불리고 있다. 마치 빵처럼.

고급 소고기를 넣어서 손님을 낚시질하는 것 같아 거르고 있었다.


나에게 우동이 좋은 것은 그 자체가 간단하고 심플하여 자기 스타일을 추가하기 쉽다는 데 있다.

가케우동이라고 불리는 면과 국물 그리고 파. 정말 최소한의 소재가 들어간 상태를 좋아한다.


깔끔하고 먹기 쉽고 먹고 난 후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어느 날 카레라는 간판만 보고 들어간 식당이 사실은 우동집이었다는 것에 당황하여 메뉴판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카레 먹으러 왔다가 우동을 연상하기란 쉽지 않았고 심플한 우동을 좋아하던 차라 이도저도 아닌

마치 물 조절 실패한 라면을 울며 겨자 먹을 거 같아서였다.


가장 저렴하고 심플해 보이는 기본 카레 우동을 시켰다.

하이요~!.

점원은 습관적으로 절반만 보이는 미소로 대답하고 나는 겉으로 익숙한 척, 속으로 안절부절못했다.


네모난 검은색 플라스틱 쟁반에 동그란 국그릇과 단무지 세쪽이 함께 나왔다.

묽은 카레 수프에 담겨 있는 그 베이스 색에 가려져 우동은 몇 가닥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밑으로 켜켜이 쌓여있는 볼륨감이 있는 첫인상이다.


한입 가져갔다. 오옹?

카레의 묵직함이 안 느껴지지만 카레 맛이다.

이 절반 정도 묽은 가벼운 카레가 우동과 절묘하게 매치를 한다.

우동에 베인 카레의 맛이 따로 놀지 않지만 면의 맛도 살아있다.


심플한 우동만을 생각했던 내가 카레 우동을 발견했다고 집에서 자랑을 했다.

열변을 토했다.


시큰둥한 아내는 100년이 넘는 메뉴인데 몰랐냐는 투다.


알고 보니 그랬다.

1904년, 양식당에 손님을 빼앗기던 우동집들이 살아남기 위해 우동에 카레를 얹었다.

그렇게 카레 우동이 생겨났다.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걸 받아들인 것.

그게 100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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