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합숙

비는 예보에 없었다

by 무비

일본의 여름은 한증막 같은 습도와 40도를 넘나드는 열기를 버텨 내야 한다.

그냥 서 있는 것도 땀이 배어 나와 옷이 달라붙는다.

도망친 그늘 안은 습함이 더 해져서 차라리 땡볕으로 다시 나갈까 고민하게 된다.


이번 원정 합숙은 2박 3일입니다.


그 더위 한가운데에 팀 합숙 훈련 공지가 떴다.

축구를 시작하고 주말이 없어졌다. 정확히는 모든 주말과 빨간 날은 연습과 시합이 들어가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한숨 돌리려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합숙이 훅 들어온다.

개인 사정에 따라 빠져도 좋다. 하지만 다음 참가에서 낯섦을 겪게 된다.

다들 뜀박질이 달라져 있다. 한 뼘씩 실력이 늘어나 있다.


장소는 언제나처럼 도키노 스미카.

산속이라 도쿄보다 몇 도는 낮다고 하지만 매년 가본 느낌으로는 그다지 모르겠다.

앱을 켜서 합숙 기간 날씨를 확인했다.


맑음, 흐림, 비. 돌아오는 날이 비예보가 살짝 있네?

'돌아오는 날이 비면 괜찮지 않을까?' 아내가 되물었다.


이 예상은 완전히 반대였다. 어느 나라던 기상청이 문제다.

폭우, 폭우, 소나기.


쫓아간 어른들은 10도 가까이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얇은 점퍼를 우의 안에 껴입었다.

시합을 중지했으면 좋겠지만 축구는 밖에서 하는 스포츠이고

이런 경험도 필요하다는 주최 측의 판단으로 경기는 계속되었다고 코치가 설명했다.


파랗게 질린 입술의 아이들은 양손으로 유니폼 위 자기 팔을 열심히 문질러 댄다.

두벌 가져간 유니폼은 이미 오전 중에 물을 흡수했고 땀을 닦기 위해 가져온 수건으로 목도리를 했다.

양말부터 찰랑하게 차인 스파이크는 보통 때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이게 정말 연습이 돼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첫날 머물던 호텔에 양해를 구하고 지난 신문을 전부 모아서 숙소로 가져갔다.

저녁에 신발에 넣어두면 다음날 그나마 좀 마르지 않을까 해서였다.

숙소 방문을 두들기니 속옷만 입은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베개와 수건을 가지고 뛰어놀고 있다.


이 아이들은 연습만이 아니라 성장을 하러 왔구나.


마지막날 출발 전까지 세차던 비가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간신히 가늘어졌다.

물기를 머금은 신호등 앞에서 나를 발견한 아이가 열심히 손을 흔들며 부스스한 머리칼을 날린다.

까만 피부에 웃는 입만 하얗게 보이면서 달려온다.

아빠~! 내 앞까지 와서는 점프를 하듯이 머리부터 품 안으로 뛰어든다.


고생했어. 나는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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