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간 날
선발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코치에게서 플레이가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소리 듣고
상대가 다가오면 쉽게 뚫려 약하다는 말을 팀원에게 들었다.
그간 미뤄왔던 무신경이 날 선 말투로 여기저기 툭툭 건드린다.
축구도 하다 보면 매번 좋은 날만 있지 않다.
평소의 사소한 것이 쌓이다 보면 별거 아닌 게 그렇게 만든다.
그날의 몸이 그렇고, 마음이 그랬던 거다.
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잘 웃지 않았다.
정지된 동영상이 계속되면 고장인가 확인해봐야 한다.
어려서부터 병원을 들락거리며 또래보다 일찍 참는 걸 배웠다.
진료실에서 몇 번이고 눈물을 참아내더니
어지간히 아픈 것도 쉽게 말하지 않는 편이었다.
잔비가 소나기가 될때 처마밑으로 피하는 걸 아직 모른다.
뭘 해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 아침에 물었다.
"토야마 공터 갈까?"
아이는 잠깐 나를 봤다. 멍하게 돌아본 눈에 내가 담겨있지 않다.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샀던 낡은 공을 꺼내고 접시콘과 라다도 챙겼다.
느릿하게 바지를 입고 신발에 발을 구겨 넣을 때도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공터에 나가서 그냥 놀자.
한적한 골목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고 어른과 아이가 앞뒤로 걷는다.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을 뺀 곳은 파릇한 화단 옆 작은 흙바닥 공터 벤치.
가져온 그물에서 접시콘 꺼내 두 걸음에 하나씩 놓았다. 옆으로 깔아 놓은 사다리 라다를 오가며 맴돌았다.
다리부터 숨이 천천히 올라와서 잠시 멈췄다.
땅따먹기 선 긋기처럼 신발 날을 세워서 흙에다 선을 쭉 그었다.
이 선 넘기기 게임~!
잘하려고, 잘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서로에게 무심하게 공을 넘겼다.
점점 빨라진다. 탁구처럼 공이 들어오면 기겁하고 선을 넘겨 상대편 빈자리에 꽂아 넣는다.
룰도 없는 게임에 서로 이겨보려고 흙바닥에 땀방울이 떨어졌다.
까르르 웃는다.
'아빠가 이겼어', '아니야 한 점 남았어'
두 시간쯤 지났을까. 셔츠에 땀도 베이고 해도 중천에 올라 있었다.
정지되었던 동영상이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웃는 얼굴로 돌아와 있다.
슬슬 팀 연습 시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가야 할 것 같은데. 피곤하면 오늘 쉬어도 돼."
아이가 숨을 고르며 공을 발로 굴린다.
고개를 들어 수면 위로 올라오듯 하늘에 얼굴을 내밀었다.
"음.. 연습 갈래." 수줍은 미소다.
먼 곳을 돌아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축구를 잘하는 게 좋은 게 아니라 그냥 공이 좋아서 시작했던 그날 그 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