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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 May 07. 2020

두통과 편두통

편두통 치료는 심리책으로

최근 들어 편두통과 두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심한 건 아니었지만 머릿속은 뇌 속 깊은 곳에서 산소 부족으로  질식한 세포들이 마치 미세한 전기 충격을 받은 마냥 쭈뼛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기분 나쁜 증상이다.


전례 없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소한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신경을 써서 인가 싶기도 하고 예민한 성격 탓에 잠을 잘 못 자서 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그럭저럭 견딜만한 통증이지만 24시간 중에 두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순간은 깊은 잠에 잠깐 동안 빠졌을 때와 무언가에 집중하는 짧은 순간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특히 편두통은 더 골칫거리다. 약을 먹어도 별 효과는 없을뿐더러 한쪽으로 치우친 찌를듯한 통증은 불균형이 초래한 혼돈처럼 내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것일까? ‘스트레스 탓인가?’, ‘내 머릿속에 종양이 생겼나? 아니면 타고난 유전적인 현상인가?’ 편두통이 시작되면 생각지 못했던 원인까지 들춰내느라 나는 머릿속을 더욱 지진 나게 만들고 만다.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신경 쓸 일이 생기거나 골치 아픈 일들과 맞닥이게 되면 나의 편두통은 늘 수면 밖으로 떠올랐던 것 같다. 한동안 잠잠한 삶을 살아서 인지 편두통이 주는 불편함을 잊고 살았었다. 아마도 최근에 생긴 편두통은 내 주변과 심경에 이상 징후가 생겨서 일 것이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열정을 보태야만 하는 순간에 고갈되어버린 나의 열정을 다시 생산해야 하는 부담감등이 내 머릿속에 작은 구멍을 만들었나 보다.


어떻게 보면 편두통이 생겼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은 치열한 삶을 견뎌내야 하는 인간 능력에 대해 무능력한 내 세포들이 벌이는 작은 혼란의 결과물일 것이다. 하루의 삶과 시간은 눈 깜짝하는 동안 지나가버린다. 하지만 찰나의 시간 속에 살아가는 나는 상념이 생긴 순간부터 머릿속에 구멍을 만들고, 조금씩 더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다. 이러다 마음에도 구멍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얼른 조치를 취해야 할 듯싶다.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었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책장을 펼쳤다. 나의 긴 인생길에 편두통이 주인공인 마냥 하루 종일 편두통만 생각하면서 살기는 싫다.


크게 심호흡해본다.

그리곤 구멍 난 나를 치유해본다.


2020, 3월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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