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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면 Feb 15. 2023

[미술관 리뷰] 영국 내셔널 갤러리

초기 르네상스부터 후기 인상파까지

2023년 1월 22일 영국 내셔널 갤러리를 다녀왔다. 다빈치, 반 고흐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초기 르네상스부터 후기 인상파까지 폭넓은 시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인상 깊게 본 몇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과 관련한 설명은 미술관 설명과 미술과의 첫 만남이라는 책을 참고하였다. 오디오 가이드를 듣지 않았지만 그림 옆에 있는 설명과 책에서 미리 읽어간 내용이 그림을 감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1. 암굴의 성모(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음은 내셔널 갤러리에 있었던 설명이다.

성모는 그녀의 손을 예수 위로 내밀었다. 천사의 부축을 받은 예수는 그의 사촌인 성 요한을 축복한다. 세례자 요한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십자가와 두루마리이다. 바위의 세팅은 아마도 새벽 시간을 나타내거나 예수가 이집트로 가는 사막을 나타내거나 혹은 둘다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미술관을 다니며 예수, 성 요한, 성모가 등장하는 다수의 그림을 보았는데 성경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본다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그림들에서 이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는 것을 판별하는 단서가 되는 사물이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성모마리아는 옷이 파란색인 것,  성요한은 십자가를 들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2. 비너스와 마르스(산드로 보티첼리)

이탈리아 화가인 산드로 보티첼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유명하다. 왼쪽의 여인이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이고 오른쪽에 누워있는 남자가 전쟁의 신 마르스이다. 나머지 4명의 작은 인물은 판으로 이들은 반은 인간이고 반은 양인 반인반수이다.

비너스임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진주 브로치와 뒤편에 있는 은매화나무이다. 진주처럼 조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진주는 비너스를 상징하고 상록수인 은매화는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을 뜻하기 때문에 비너스를 상징한다.

마르스임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이 남성이 가진 무기와 투구이다. 마르스는 매우 깊이 잠들어서 판이 트럼펫처럼 귓가에 고동을 불고 있어도 깨어나지 않는다.

신화에서는 판이 야만적이고 장난기 있게 표현되는데 보티첼리는 이들을 작은 어린아이들로 묘사하여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지 않게 했다.


이 그림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대조적인 이미지와 왜곡된 신체 묘사였다.

책에서도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사랑과 전쟁, 여성과 남성, 강함과 약함이 대조되지만 결국 비너스가 마르스의 무기를 제거함으로써, 사랑이 전쟁보다 강하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비너스와 마르스의 신체는 해부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비너스의 한쪽 다리는 사라져 있고 마르스의 왼쪽 어깨는 과도하게 돌출되어 있으며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짧다. 머리카락부터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그림에서 큰 왜곡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3. 대사들(한스 홀바인)

책에서 재밌다고 생각하며 본 작품인데 실제로 보니 크기가 생각보다 크고 내셔널 갤러리의 빨간 벽과 액자 속 초록 커튼이 대조되어 더욱 멋졌던 작품이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프랑스 대사 장드 당트빌이고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그의 친구 조르주 드 셀브 주교이다. 그림 속에는 다양한 상징이 내포된 사물들이 그려져 있다. 테이블 위의 류트는 음악을, 책과 천문학 도구들은 학식을, 지구본은 여행에 대한 두 남성의 관심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운데 아래에 있는 해골은 '메멘토 모리'를 상징하며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물건들과 자신감 넘치는 자세의 인물들, 생기 있는 초록 커튼의 배경, 그리고 그것들 밑에 깔려 있는 해골의 이미지가 인상적인 그림이었다.

나의 초상화를 의뢰한다면 어떤 사물들을 그려주길 요구할지, 화가는 나에게서 어떤 이미지를 발견하고 어떤 사물을 선택하여 그릴지 궁금해지는 그림이었다.


4. 피네우스와 그의 부하들을 돌로 바꾸는 페르세우스(루카 조르다노)

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건 중앙쯤에 놓인 머리이다. 이 머리는 메두사의 머리인데 신화에 따르면 이것을 본 사람들은 돌처럼 굳어버렸다고 한다. 메두사의 머리 다음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이 메두사를 든 인물이다. 그는 페르세우스로 자신은 메두사를 보지 않으면서 적군들 앞에 메두사의 머리를 내세우고 있다.

어쩌면 가장 역동적이면서 동시에 정적인 모순된 순간을 너무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역동성은 창과 방패를 가지고 온 힘을 다하는 전사들의 움직임, 색채가 있는 옷,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에서 나타난다. 반면 정적인 모습은 움직임이 멈춘 전사들, 회색으로 변한 전사들에서 드러난다. 또한 살아있고 수직으로 서 있는 전사들이 회색으로 생기를 잃어가는 반면 수평으로 밑에 누워있는 시체의 사실적인 살색이 대조되는 색감도 인상 깊었다.


5. 갈색과 은색 옷의 펠리페 4세(디에고 벨라스케스)

가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합스부르크 전시를 보고 갔기에 찍어두었다. 완전히 옆모습을 그린 것이 아닌 살짝 틀어진 모습을 그려 왕의 돌출된 턱을 덜 튀어나오게 표현한 화가의 의도가 잘 보이는 작품이었다.


6. 비너스의 거울(디에고 벨라스케스)

이 인물이 비너스임을 알려주는 단서는 거울을 든 날개 달린 큐피드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작품에도 거울이 등장한다. 거울을 이용하여 하나의 단면만이 아닌 그 너머를 보여주는 화가의 선택이 흥미로웠다.



7. 엠마오에서의 저녁 식사(카라바조로 알려진 미켈란젤로 다 메리시)

이 작품은 성서 속 이야기의 한 장면이라고 한다. 가운데 앉은 이가 예수이고 예수의 오른편에 서 있는 사람은 여인숙 주인이다. 그리고 양쪽으로 비교적 역동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은 부활한 예수를 보고 놀란 두 제자들이다. 음식부터 놀란 제자들까지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그림에도 왜곡된 부분이 있다. 과일 바구니 밑의 그림자가 초기 기독교의 상징인 물고기 형태를 띤 것과 여관 주인의 그림자가 예수 쪽이 아닌 예수 리 주위에 어두운 후광을 만들어 낸 것이 그것이다.



8.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엘리자베스 비제-르브륑)

비제-르브륑이 작업 도구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많은 물감의 색감과 그 색감을 모두 갖춘 화려한 모자와 옷에 시선이 가는 그림이었다.


9. 프로방스의 산중턱(폴 세잔)

폴 세잔은 프로방스 지방을 사랑했고 그곳의 풍경을 반복해서 그렸다고 한다. 세잔은 자연을 '원통과 원구 그리고 원뿔'의 형태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기하학적 형태로 구축된 견고하면서 본질적인 풍경화를 제작하려고 했다.

나무, 바위, 너머의 풍경까지 다소 뭉개진듯하고 단순화된 표현에서 사물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10. 포플러가 있는 풍경(폴 세잔)


11. 열대 폭풍우 속의 호랑이(앙리 루소)

여백 없이 그림을 가득 채우는 우거진 밀림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살면서 집을 떠나 멀리 여행해 본 적이 없는 루소는 동물원에서 본 것과 책에서 읽었던 것을 토대로 하여 풍경을 그렸다고 한다. 특히 아랫부분에 있는 식물은 장식용 실내 화분을 토대로 그린 것이라 한다.


12. 르 아브르의 미술관(클로드 모네)

그림을 실제로 보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작품이 모네의 작품이다. 당시에 모네의 그림을 보고 비평가들이 '화폭 위에 물감과 붓을 들고 아무 색깔이나 되는 대로 처바르고는 서명을 한다. 마치 정신병원 환자들이 길바닥에서 돌멩이를 주워 모아서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노라고 소리치는 것과 같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왜 그런 비평을 남겼는지 그림을 실제로 보고 알 것 같았다. 이전의 굉장히 사실적인 그림과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물감의 질감이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거칠고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럼에도 그 속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이전의 사실적인 그림들은 정말 사진 같았다면 모네의 그림은 일시정지한 동영상 같았다. 그래서 더 생동감을 느꼈고 더 시선이 갔다.


13. 라 그루누예르의 수영객들(클로드 모네)


14. 수련, 지는 해(클로드 모네)


15. 수련(클로드 모네)


16. 수련 연못(클로드 모네)


17. 아르장퇴유의 설경(클로드 모네)


18. 생 라자르 역(클로드 모네)


19. 트루빌의 해변(클로드 모네)

왼쪽의 여인이 모네의 부인인 카미유이다. 그녀의 옷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크고 넓은 붓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20. 우산(르누아르)

갑자기 비가 내려 분주한 파리의 거리를 그린 것이다. 어딘가 몽환적이면서 따뜻한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이 그림도 그랬다.


21. 극장에서(르누아르)


22.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조르주 쇠라)

생각보다 작품의 크기가 커서 놀랐던 그림이다. 그래서 점묘법을 사용해 그린 그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잔디 속의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주황색의 색감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캔버스에 중요한 역사적인 주제가 아닌 일상의 평범한 인물을 그렸다는 점에서 놀랐다고 했는데 실제로 작품의 크기를 보니 이해가 갔다.


23. 해바라기(빈센트 반 고흐)

여러 작품들 속에서도 예쁜 색감 때문에 눈에 띄었던 작품이다. 배경부터 해바라기까지 온통 노란빛으로 멀리서 봐도 예쁜 작품이었다.


24. 삼나무가 있는 밀밭(빈센트 반 고흐)

모네의 그림이 일시정지된 동영상 같았다면 고흐의 그림은 일시정지된 애니메이션 영상 같았다. 사실적이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예쁜 색감과 생동감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재생 버튼을 누른다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흔들리고 밀밭이 춤을 추는 영상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25. 페르난도 서커스의 라라 양(에드가 드가)

유명한 서커스 연기자인 라라를 그린 작품이다. 드가는 서커스 장에서 스케치를 하고 작업실에서 최종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실제 관람객의 시선에서 쇼를 보는 듯한 그림의 구도가 인상적이었다.


26. 아르놀피니의 초상화(반 에이크)

작품 앞에서 서로 이야기하며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이 제일 많았던 그림이다. 왼쪽의 남자가 이탈리아의 부유한 은행가 조반니 아르놀피니이고 오른쪽의 여성이 그의 아내이다. 작품 속에는 거울이 있고 그 거울엔 부부의 뒷모습과 두 사람이 보인다. 또한 이 부부의 재력을 알 수 있는 값비싼 물건들이 보이는데 샹들리에, 양탄자, 거울, 유리 창문이 그것이다.


27. 벨사실의 향연(렘브란트 반 린)

놀란 표정의 사람들과 벽에 쓰인 글씨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사람들의 놀란 표정 때문에 관람자로 하여금 글씨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게 한다. 성서에 나온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벨사살 왕이 예루살렘의 한 성전에서 훔쳐 온 금잔에 포도주를 따르자 갑자기 손이 나타나 벽에 알 수 없는 글자를 썼다고 한다. 글자는 '왕을 저울에 달아보시니 무게가 모자랐다'라는 뜻으로 신이 내린 경고인 것이다.


유럽에서의 첫 미술관이 내셔널 갤러리였는데 여기서 본 작품들이 좋았기에 나머지 일정에서의 미술관도 기대가 되었다.


참고문헌

미술과의 첫. 만. 남.(로지 디킨스, 마리 그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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