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를 듣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공간이 더 필요했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는 어려우니, 결론은 정리. 하나하나 비워가다 붙박이장에 처박혀 있던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다. 고민했다. 지금 팔면 가치가 얼마나 될까. 결국 선택은 그냥 두자였다. 대신 다시 들어보기로 하고, 몇 년 전 같은 마음으로, 싼 맛에 샀던 플레이어에 전원을 연결했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새 플레이어를 주문했다. 200개가 넘는 테이프. 첫 선택은 신해철이었다. 신해철의 두 번째 앨범 Myself.
신해철이라는 가수를 처음 접한 게 아마 이 앨범이었던 것 같다. 재즈 카페가 TV에 나오면서였다. 신기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의 랩은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장르였다. 아, 그렇다고 이 앨범이 처음 구매한 앨범은 아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첫 구매 앨범은 이 이후다. 사실 넥스트, 정확한 시점을 꼽자면 도시인이 나오고 난 뒤에야 다시 신해철로 눈을 돌렸다.
테이프를 넣고, 플레이를 눌렀다.
인트로를 지나 잘 아는 재즈 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지나 B면 내 마음 깊은 곳의 너가 이어졌다. 그 사이에 누구나 아는 그대에게도 흘러나왔다. 사실 어렸을 때는 전곡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히트곡을 외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덕분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몇몇 노래는 가사를 보면서 들었다. 물론 듣다 보니 멜로디는 기억이 났다.
듣고, 또 들었다. 저 시절 가사의 절반 가까이를 영어로 쓰고,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 노후연금과 사회보장을 외치다니. 흘려 들었던 가사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감탄했다.
"아, 신해철을 고른 내 첫 선택은 탁월했구나."
*B면 세 번째 수록곡 제목은 50년 후의 내 모습이다. Myself가 발매된 것이 1992년 6월이니, 50년 후면 2042년이겠지. 신해철은 50년 후 자신의 모습 보지 못하고, 또 자신의 음악을 듣지 못하고 떠났다. 2042년 신해철은 또 어떤 음악을 세상에 선보였을지 궁금하다.
*PICK - 길 위에서
PRODUCEC BY 신해철
ALL LYRICS & SONGS ARE WRITTEN.
COMPOSED. ARRANGED & PERFORMED BY 신해철
EXECUTIVE PRODUCER : 유재학
CO-PRODUCER : 성지훈
SIDE A
1.THE GREATEST BEGINNING (1:46)
2.재즈 카페 (4:31)
3.나에게 쓰는 편지 (4:41)
4.다시 비가 내리네 (4:12)
5.그대에게 (4:23)
SIDE B
1.내 마음 깊은 곳의 너 (4:46)
2.아주 오랜 후에야 (3:55)
3.50년 후의 내 모습 (4:42)
4.길 위에서 (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