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트리플, 캐치테이블 사례로 본 커뮤니티
유저를 특별한 이유 없이도 계속 서비스에 머무르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커뮤니티에서 나옵니다. 많은 서비스들은 유저를 데려오는 비용, 또 체류하게 만드는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수고를 감안하면서도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서비스마다 커뮤니티에 기대하는 바는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어떤 곳은 새로운 BM을 발굴하기 위해, 또 어떤 곳은 유저들의 재방문률을 늘리기 위해 등 다양한 기대가 존재하겠죠. 이는 SNS가 곧 정체성인 인스타그램, 스레드와 약간 다른 방향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심도 있게 다뤄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서비스 내에 커뮤니티 기능을 신설한 케이스만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마켓’을 떼어내고 중고거래에서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로 변모한 당근. 그 주축에는 단연 ‘동네생활’ 탭이 있습니다. ‘전체 서비스’를 보면 당근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동네질문, 동네소식 외에 맛집 추천, 모임, 알바, 부동산 등이 추가되며 커뮤니티의 폭이 매우 넓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근은 유저수만 1,8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서비스지만 이렇다 할 BM이 없어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당근페이, 브랜드 프로필 등의 새로운 실험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제는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임’은 동네생활 탭 상단에 크게 자리한 것을 보면 꽤 중요한 피쳐로 생각되는데, 그에 비해 개인화가 매우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현재 모임 페이지에선 운동, 스터디 등의 큰 카테고리를 제외하고 모임을 필터링할 방법이 없으며, 이 카테고리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모임이 ‘기타’에 몰려 있습니다.
물론 개인화를 할만큼 모임의 개수가 충분치 않아서 그렇겠지만, 이 때문에 원하는 모임을 찾기 위한 탐색 시간이 길어지고 모임 탭을 이탈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성별, 나이대와 같은 유저 특성을 고려해 모임을 추천하거나, 유저가 직접 원하는 키워드를 고르게 해 모임을 필터링해준다면 모임 가입률이 상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례로 Texture는 관심 분야 선택 시 그에 해당하는 분야를 추려 피드에 노출해줍니다.
또한 당근의 경우 원하는 모임이 없을 때 직접 모임을 만들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요. 오프라인 모임의 장이 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만들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모임 탭을 이탈하는 것뿐이며, 이 경우 유저가 다시 돌아와 새로운 모임을 만들거나 어떤 모임에 가입할 확률은 낮습니다.
이에 저는 모임 만들기보다 검색어와 관련 있는 모임이 생겼을 때 알림을 보내주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만약 새 모임을 만들고 싶은 유저가 있다면 하단 플로팅 버튼을 사용하면 됩니다. 이 버튼의 위치는 기존 ‘동네생활’ 탭에서 ‘글쓰기’가 있던 자리입니다. 버튼의 역할만 다를 뿐 맥락과 형태가 같기에 유저가 새 버튼에도 금방 적응하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트리플이 유저간 여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배낭톡 게시판’을 선보인 것은 올해 4월입니다. 그에 앞서 트리플과 비슷한 여행 서비스인 마이리얼트립에서는 지난해 8월에 이미 ‘커뮤니티’ 탭을 오픈하고,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조나단 정 마이리얼트립 CXO님 인터뷰)
마이리얼트립 ‘커뮤니티’에서는 나라별 질문, 동행 찾기, 자유톡 등을 통해 다양한 유저간 교류가 가능합니다. 1:1 채팅을 할 수 있는 기능도 따로 마련되어 있고요. 이에 저는 마이리얼트립이 정보성보다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이에 반해 트리플의 ‘배낭톡’은 여행 정보나 현지 소식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는 게시판에 트리플의 핵심 서비스인 ‘일정’이 연동된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 중 오른쪽을 보면 미리 여행 일정을 등록한 사람은 아이디 아래에 계획중인 날짜와 도시가 노출되고, 일정을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아이디만 노출됨을 알 수 있는데요. 상단 도시선택과 여행시기 필터로 이 정보를 걸러낼 수 있으며, 이것으로 유저는 가장 최신의, 가장 정확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여행할 때 오래된 정보보다 못미더운 것이 있을까요. 그런 정보를 따라 여행하다 보면 고대했던 음식점은 망한 지 오래고, 지역 축제는 예기치 못한 비로 취소되기 일쑤일 것입니다. 이에 트리플은 지오펜싱(Geofencing)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특정 지역에 있을 때만 입장이 가능한 실시간 채팅 창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예컨대 현재 오사카에 있는 유저만, 또 런던에 있는 유저만 각 지역 채팅방에 모여 실시간으로 여행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여행전, 여행중 상태에 따라 각각 배낭톡과 채팅방으로 갈라지게 된다는 점이 무척 신선합니다. (단, 채팅 기능은 아직 써보지 못해 여행 후 아쉬운 점이 있으면 내용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캐치테이블에서 ‘타임라인’을 선보이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검색창에 지역 이름을 넣으면 가장 상위에 뜨는 추천 검색어는 ‘맛집’이고, SNS 피드의 절반 이상은 음식 사진이며, 대한민국은 유구하게 ‘먹보의 나라’로 불려 왔으니까요.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음식에 진심입니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위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 있죠. 그러한 배경이 있기에 귀찮은 줄서기를 대신할 수 있는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캐치테이블과 테이블링이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 캐치테이블은 ‘타임라인’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유저가 자신이 맛본 음식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한 유저가 음식 사진을 올리면 다른 유저는 태그된 레스토랑의 정보를 확인하고 바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바로 오늘의집입니다. 지금의 오늘의집을 있게 한 것은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인테리어 사진을 올리며 자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좋은 것을 보면 따라 먹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게 당연하니까요.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오늘의집의 경우 유저는 사진을 올린 뒤 제품을 하나하나 검색해 태그를 걸어주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만약 오늘의집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면 직접 텍스트로 제품 정보를 써줘야 하고요.)
캐치테이블은 유저가 작성한 레스토랑 리뷰를 끌어와 타임라인에 바로 노출하기 때문에 유저가 번거로울 일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만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한 레스토랑이 아니면 음식 사진을 올릴 수 없으므로, 여전히 유저들은 캐치테이블 바깥에서 타 SNS를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캐치테이블이 오늘의집을 참고한다면 유저가 직접 사진을 올리고, 레스토랑을 태그하게 만드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유저들이 캐치테이블에 없는 레스토랑을 태그하고 있다면 그 데이터를 확인해가며 더 많은 레스토랑을 영업할 기회로 삼는 것도 좋겠습니다.
최근 많은 서비스들이 커뮤니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것 외에도 위시버킷(위시피드), 컬리(컬리로그), 원티드(소셜)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는데요.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려고 합니다.
아티클을 제작하면서 저희 서비스에도 커뮤니티가 생긴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것이 만들어진다면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임팩트가 있을까, 하는 고민도요. 이런 재밌는 고민들이 지속적으로 아티클을 쓰게 만드는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아티클은 브런치와 제 개인 블로그에 동시 작성됩니다! 블로그로 놀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