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정회 Dec 06. 2015

새집을 만들다

교실과 복도를 헤매이던 새를 잡는 일이 이젠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그렇게 마주한 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새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함께 찾아보며 국어/과학/미술 공부를 함께 합니다. 지난해 만들어 두었던 새 집을 좀 더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우리반 복도에 관찰 망원경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오고 가며 전교생이 살짝 살짝 새집을 지켜보곤 합니다.


아기새를 품고 날아간 빈 둥지도 발견되기 시작하고

학교에 다시 새가 날아드는 걸 보니 슬슬 새집 만들기를 시작할 때가 된 것같습니다.



올 해도 어김없이 새들이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 이 아이는 '곤줄박이'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교실로 찾아온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어떤 종류인지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새 이야기로 수업이 옮겨갑니다.



아이들이 궁금하고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은 것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도서관에서 찾아온 새에 관한 책들을 국어시간, 쉬는 시간 등 틈틈히 읽으며 서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공유하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나섭니다.


지난해까지는 우리반에서만 진행되었던 새 프로젝트를 올 해는 우리 학교 모두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새에 관한 것이나 목공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어 책을 구입해서 공부도 하고 이런 저런 고민도 학교 햄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학년별로 국어시간을 활용하여 설명문을 쓰기도 하고 새에 대한 글에서 중심문장을 찾기도 하고 새 집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고 새집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를 그릴 때면 길이재기, 합동, 도형의 둘레와 넓이 ,각도기 사용하기 등 수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설계도에 따라 먼저 종이로 새집을 만들어보며 실제 목공수업을 통해 완성될 새집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갖고 서로 구상한 모습대로 만들어졌는지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학년별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따른 공부를 교실마다 진행하고 나서 전교생이 함께 모여 서로 도와가며 함께 새집을 만듭니다. 못질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과학실에서 사용하는 보안경도 쓰고 자투리 나무조각으로 먼저 연습도 해가면서 말이죠.


고학년들은 직접 톱질도 해 보고 못질도 해 보았고 1-2학년 친구들은 고학년들이 만들어둔 새집에 함께 참여하여 예쁘게 색칠도 하고 꾸며보았습니다. 원래 새집은 나무 그대로 두는 것이 새들이 살기에 좋지만 우리가 만든 새집은 새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여 친환경 페인트에 유성물감을 살짝 떨어뜨려 다양한 색을 만들어 함께 색칠을 하였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이들이 만들어 둔 새집을 복도 한 켠에 모아두고 며칠을 보내던 무렵에 새로운 새 한 마리가 찾아들었습니다. 어쩌면 새집을 만들어 두었다는 소문이 학교 뒷산 가득 퍼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랑 찾아보니 이번에 찾아온 새는 '검은머리딱새'였습니다.


그동안 교실로 찾아온 새들은 '박새' '노랑딱새' '곤줄박이' 였는데 이번에 새롭게 찾아온 '검은머리딱새'까지 다양한 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학교 뒷산에 새집을 걸어두고 내년에는 새로운 새들이 찾아와 둥지를 틀기를 기다릴 예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번에는 두더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