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딜런 토마스
" 개체 하나의 발생 과정이 해당 종이 겪어 온 진화의 전 과정을 되풀이한다. 나는 개개인의 지적 성숙과정에서도 반복설이 성립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조상들이 해 온 사고의 과정들을 되풀이하면서 하나의 개인으로 성립해나간다." / 칼 세이건
호모 속의 유년시절, 불이 처음 발견되던 때를 상상해보자.
폭풍이 지나간 자리 근처 숲에 탁탁 소리를 내며 깜박 거리는 것이 있다. 노랗고 빨가며 밝고 뜨거우며 화르르 타오르는 물체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불꽃이라 부른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살아있다. 그것은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식물이나 나뭇가지 심지어 나무를 통째로 먹어치운다. 그것은 강하다. 하지만 똑똑하지는 않다. 먹이가 없어지면 그냥 죽고 만다. 먹지 않고서는 움직이거나 걷지 못한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많으면 불꽃은 크게 자라고 새끼 불꽃을 만든다.
우리 가운데 용감한 녀석이 아주 무서운 생각을 했다. 그는 불꽃을 잡아 먹이를 조금씩 주어서 우리의 친구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우리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몇 개 찾아 불꽃에게 주자 불꽃이 나뭇가지를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었다. 작은 불꽃을 들고 빨리 뛰면 불꽃이 죽었다. 새끼 불꽃들은 약했다. 우리는 불을 들고 걸으면서 행운을 부르는 주문을 외웠다. "죽지 마라. 죽지 마라."
그 후로 우리는 늘 불꽃을 가지고 다녔다. 불꽃이 굶어 죽지 않도록 천천히 먹이를 대주는 불꽃 어멈을 두었다. 불꽃은 신비롭고 쓰임새가 많았다.... 추운 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고, 우리에게 빛도 준다. 초승달만 뜬 어둠 속에 불꽃은 구멍을 뚫는다. 그래서 우리는 밤에도 사냥에 쓸 창을 손질할 수 있다. 짐승이 다가와도 걱정이 없다. 그들은 불꽃을 두려워한다.... 중략...
불꽃을 발견한 뒤로 모닥불 옆에 앉아 별이 불꽃이라는 생각을 한다. 별은 다른 세상의 사냥꾼들이 밤에 피우는 모닥불이겠지. 별은 아주 멀리 떨어진 모닥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늘에 모닥불을 피울 수 있지?" 어째서 모닥불과, 불꽃 곁에 앉아 있는 사냥꾼들은 우리의 발치로 떨어지지 않을까? 가끔 나는 하늘이 커다란 알이나 나무 열매껍질의 반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하늘 위에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 중 누군가가 밤이 하늘에 펼쳐진 커다란 검정 동물의 가죽이라 했다. 그 가죽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고 그 구멍을 통해 불빛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불꽃은 하늘 어디에나 있으나 우라는 가죽에 뚫린 구멍을 통해서만 불꽃을 볼 수 있다. 어떤 별들은 떠돌아다닌다. 만일 별이 모닥불이라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 별들은 커다란 불을 들고 다니는 방랑하는 사냥꾼들인 셈이다..... 별들이 모닥불이라면 나는 그 주위에 있는 사냥꾼들을 만나 보고 싶다. < 코스모스> 제7강 밤하늘의 등뼈 중 별에 대한 칼 세이건의 상상... 발췌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배경 도서여서 꽤 인기가 있었다. 과학도서이면서도 문학적인 도서다. 제7강 밤하늘이 등뼈 중 불꽃을 처음 발견한 원시시대 인류 모습을 칼 세이건의 상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불꽃은 살아있고 그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불꽃 어멈을 두고... 지구에 사는 우리들처럼 저 멀리 어딘가에서도 모닥불 주위의 사냥꾼들이 있을 거라는 상상. 별은 바로 그들이 켜놓은 모닥불...
아름다운 상상이다. 커다란 검은 가죽... 뚫린 구멍 사이로 비치는 불빛이 바로 별빛이라는 상상도.
오래전 <인터스텔라> 영화에 딜런 토마스의 시 '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시가 인용되었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해......
아버지의 임종을 바라보면서 썼다는 그의 시 전문은 다음과 같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 by Dylan Thomas / 딜런 토마스 (1914-1953)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노년이면 하루가 저물 때 타오르고 분노해야 한다
분노하라, 빛이 꺼져감에 대해 분노하라.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지혜로운 자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어둠의 순리를 깨닫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번개처럼 번쩍이지 않기에
밤이 편안하다고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 그 덧없는 행적들이
푸른 바닷가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 한탄하며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달아나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자들은
늦게서야 태양이 꺼져감을 슬퍼하고 있음을 깨닫지만은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죽음이 가까운 심각한 이들은
눈멀게 하는 시각으로, 눈먼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그리고 당신, 나의 아버지, 저 슬픔의 언덕에 서서
이제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도하고 축복도 하길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인간은 생로병사를 거치는 생명체 중 하나이니 언젠가는 노화, 질병, 사고 등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올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딜런 토마스는 왜 분노하라고 했을까?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을까? 우리가 분노해야 할 것은 '빛이 꺼져감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죽어가는 것은 우리 안의 불꽃이 죽어 버렸을 때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안의 불꽃.
저마다 타오르는 불꽃 하나씩 품고 태어난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불꽃은 왜소해진다. 불꽃의 죽음.
육신의 죽음이 오기 전 우리 안의 어떤 것, 우리 안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것.. 그것에 대해 분노하라는 것이다.
하늘 저 멀리 누군가 모닥불을 켜 두고 그들만의 불꽃을 지키듯.....
우리 안의 불꽃을 지켜가는 일... 우리 안의 불꽃이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일......
죽어가는 불꽃에 분노해요....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고......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해......./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