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와 초코바 실험 결과....개미와 베짱이
1. 소음과 초코바 보상물의 상관관계
– 일과 소유에 대한 관성 -
시카고 대학의 크리스토퍼 교수는 왜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실험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는데 1단계는 참가자들이 즐거운 음악을 듣다가 버튼을 눌러서 듣기 괴로운 소음을 20번 들으면 초코바 한 개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코바를 모으는 활동이다. 2단계는 모은 초코바를 먹는 시간인데 몇 개든 자유롭게 먹을 수는 있지만 규칙상 남은 것을 가져갈 수는 없다.
실험 참가자들은 평균 10.74개의 초코바를 얻었고 그중 4.26개 만을 먹었다. 참가자들은 몇 개 정도의 초코바를 먹으면 만족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3.75개로 답했다. 결국 참가자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열심히 일을 해서 초코바를 모았고 그중 절반 이상을 남겨두고 실험실을 떠났다.
추가적인 실험에서 2단계의 먹는 시간을 줄이고 1단계 활동을 더 진행하게 하자 많은 참가자들이 이미 충분히 초코바를 모았음에도 계속 초코바를 모았다. 또 다른 추가 실험에서는 초코바를 무제한 모을 수 있는 그룹과 상한선을 두어 일정량만 모으면 되는 그룹으로 나누자 상한선이 정해진 그룹에서는 그 이상의 것을 얻기 위해 소음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인간은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관성적으로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돈을 벌려는 욕구를 지닌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상한선을 그어주어야만 비로소 관성적으로 일에 매달리는 것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행복을 소유하기 위해 오늘 누려야 할 것들을 소비하는 모순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언젠가 올 완전한 행복을 얻기 위해 초코바를 모으는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 이미 충분한 양의 초코바를 가졌음에도, 또한 애써 모은 초코바를 끝내 가져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모으는 것을 관성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일의 노예,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 다만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일과 돈의 노예가 되게 만든다고 한다. 일의 노예와 돈의 노예가 되기 위해 주어진 오늘을 포기하는 것이 언제가 얻게 될 달콤한 초코바를 얻기 위한 당연한 과정처럼 생각한다.
특히나 한국은 속도 사회다.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가 버거워.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를 버린 지 오래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흔히 말하는 낙오자, 부적응자, 도태된 자가 된다.
유치원, 초등,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성년이 되어서도 초코바를 먹을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 막연한 ‘언젠가’를 위해 남보다 나의 초코바가 더 많아야 하며 내가 남보다 훨씬 많은 초코바를 소유하게 되었다 해도 갖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기증할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먹지 못해 버릴지라도 내가 얻은 초코바는 내 삶의 성과물이며 고결한 승리의 기록이 아닌가.
2. 마시멜로 실험 : 인내심보다는 환경이 미래에 더 영향을 준다
만 네 살짜리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기 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아내어 보상을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공부도 잘하고 대인관계 능력도 좋다는 연구가 스텐포드대 윌터 미셀에 의해 수행되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 연구진들이 3~5세의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가 든 접시를 두고 15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하고 방에서 나간 뒤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한 실험. 14년 후 그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의 삶을 추적 관찰하여 어린 시절 잘 참고 자기 통제를 했던 아이들이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마시멜로 실험’이라고도 불리는 이 실험은 감성이 풍부한 아이가 결국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그 후 로체스타 대학에서 첼레스테 키드와 연구진은 마시멜로에 대한 후속적인 연구를 실시했다. 아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마시멜로를 주기 전 전혀 다른 사전 경험을 제공하였다. 두 집단의 아이들 모두에게 중고 크레용으로 나눠준 뒤 조금 후에 더 크고 좋은 것을 가져다준다고 약속했다. 한 그룹에게는 약속을 지켰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바로 이어서 스티커를 활용 그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였고 그 뒤 윌터 미셀의 마시멜로 실험을 하였다.
결과 두 번에 걸쳐 약속을 지킨 집단에서는 열네 명 중 아홉 명이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반면 두 번이나 약속을 어긴 집단에서는 열네 명 중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윌터 미셀의 마시멜로 실험은 아이들의 정서조절 능력이 아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반면, 로체스타대의 새로운 마시멜로 실험은 아이들의 조절 능력은 순수하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혹 앞에서 잘 참아내는 능력이 아이의 미래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아이들과의 사회적 합의, 환경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미래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사소한 약속일지라도 지키지 않으면 신뢰를 잃게 되고 아이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보상물을 주기로 약속하고선 주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일단 눈 앞의 대체물이라도 확보하고픈 본능이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신뢰가 깨어지는 상황이라면 누구든 불확실한 기다림보다는 눈 앞의 것이라도 소유하려는 본능적 욕망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상의 속도가 워낙 빠르니 현대 사회에 부합되는 추가적인' 마시멜로 실험'이 또다시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마시멜로를 이용한 실험이 요즘 아이들에겐 먹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시멜로'에 대한 기호, 선호도도 다르겠지만 ‘마시멜로’를 주고 기다리게 해도 "별 관심 없는데요. 그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다른 걸 주시죠?’’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인내심이 아이들의 미래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스탠퍼드 대학의 실험 결과도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지만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로체스타 대학의 연구 결과에 더 관심이 간다. 마시멜로 실험 테이블에 앉은 모든 아이들의 상황(환경적: 심리적, 경제적, 문화적 등등)이 모두 천차만별일 텐데 그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기다리게 한 뒤 기다림과 미래의 성공이라는 공식(?)은 오늘날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한편 마시멜로를 '오늘을 살아가는 달콤함'이라는 은유적인 매개물로 생각하면 언젠가 올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달콤함'을 버리라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오늘 주어진 '달콤함'을 버리면 미래에는 '더 달콤한 것'들이 주어질 것인지...... 그것을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갑자기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게으른 베짱이의 행동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것일까?
열심히 산 개미는 정말 행복하였을까?
마시멜로 실험과 연관 지어 보면 베짱이는 눈 앞의 마시멜로를 냉큼 주워 먹은 셈이고, 개미는 마시맬로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 셈이다. 그들 모두 행복하였을지.... 불행하였을지....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