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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현재들의 춤

수많은 처음들의 시작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

새해 새날의 아침이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나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올리는 것으로 첫날의 하루를 시작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글 중에서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은 새해를 열기에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맨 처음들,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일.


12월 31일과 1월 1일.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달력의 숫자. 2021. 12. 31과 2022. 1. 1일...

한동안은 연도를 적으면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할 것이다. 그 외에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새로 무언가를 기록할 노트, 새 달력... 그리고 또 무엇?

가장 중요한 나는 어제의 나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어젯밤 하던 대로..... 펼쳐진 노트북을 다시 켜고 무언가를 쓰고 있는 일. 원목 테이블과 의자와 그 위에 어질러진 사물들... 어제와 똑같은 눈앞의 풍경이다.

생각해보면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 아닌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하나의 연속선 상에 있다.

내가 모래시계를 좋아하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적힌 시계를 바라보아도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지만 나는 위아래로 볼록한 모래시계를 바라보는 게 좋다. 가장 잘록한 곳을 향하여 질주하는 모래입자들의 춤..... 나는 그것을 현재들의 춤이라 부르고 싶어 진다. 


지금 무엇을 하든 내가 하는 모든 행위는 현재들의 춤인 것이다. 돌아보면 작년.. 좋았던 기억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기억도 많다..... 한 해의 시작.... 황금빛 모래들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자판을 두드린다. 그렇게 2022 새해 새날의 시작을 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 그림자에는 아직 잉크빛 어둠이 스며있다. 조금씩 조금씩 산은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아파트의 불들이 차례차례 켜질 것이다.

수많은 처음들... 수많은 처음들을 만들어 가는 일.

올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늘 같은 일을 하더라도 처음 하는 일처럼 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처럼 처음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처럼 처음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처음으로..... 처음으로... 처음으로...

수많은 처음들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면.... 

2022 한 해가 아름다운 처음들로 가득 차지 않을까. 


어떤 원대한 야망을 품는다거나,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올해는 아르코 창작지원금의 결과물을 산출해야 하는 시기다. 어떻게든 좋은 글들, 부끄럽지 않은 글들로 한 권의 책을 엮어 내어야 한다.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산 그림자가 드러나고 있다. 어둠이 이렇게 쉽게 물러가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 일어나서 저마다의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2022가 온기 가득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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