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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포자가 아니었다
단지 수학을 잘하지 않았을 뿐

수학을 좋아했으며 싫어한 것도 아니었다.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는 "수학은 ‘자유로움’을 학습하는 일… 얽매이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 수학의 역사가 새로 써졌다.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및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한국 출신으로는 처음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거머쥐었다. 필즈상은 수학 역사가 깊은 서구에서 대부분 수상자가 나올 정도로 벽이 높다. 그는 완전히 다른 두 수학 분야인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을 연결해 중요한 수학 난제들을 풀어내는 수학자다. 박사 과정 졸업 전인 2012년, 60여 년 동안 풀리지 않던 조합론 문제인 ‘리드 추측’을 풀어내 수학계에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이후 연구를 발전시켜 여러 수학자들과 함께 ‘로타 추측(Rota's conjecture)’, ‘다우링-윌슨(Dowling-Wilson) 추측’, ‘오쿤코프(Okounkov) 추측’ 10여 개의 수학 난제를 척척 해결해냈다.      


 허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석사까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공부 놨던 자퇴생, 수포자 

<고교 중퇴 수포자, 수학의 노벨상 받다>였고, <구구단도 늦게 뗀 ‘수포자’, 수학계 ‘노벨상’ 안았다> <고교 자퇴하고 PC방 다니던 ‘수포자’… 수학계 노벨상 품었다> 같은 유사한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1842)          

한국계 수학자의 필즈상 수상은 쾌거임에 틀림없지만 수포자. 공부 포기한 자퇴생이라는 한국 언론이 자극적인 표현에 대해 허준이 교수는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수상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 사실을 소설을 쓰듯 기사화하는 언론의 보도 방식은 문제가 있다. 또한 핵심은 초등부터 대학원 석사까지는 한국 교육을 받은 게 사실이나 한국계 미국인이고 수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적은 한국 대학에서 이룬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위인전의 전형적 특성을 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위인전의 서술 방식은 대부분 힘든 가정생활, 고통의 시간을 걸쳐 온갖 어려움과 좌절을 딛고 성공에 이르는 구조다. 수학을 남보다 뛰어나게 잘하지 못했다는 표현을 한국 언론이 ‘수포자’로 둔갑시켜버렸다.

기사를 쓰는 것인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소설을 쓴 것인지 알 수 없다. 오죽하면 허준이교수가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을까.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상을 수상하던  그 상에 합당한 실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가 중간에 글쓰기에 취미를 붙였던 것도 그가 어떤 이유로든 자퇴 결정을 한 것도 그가 다가가고자 하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리라. 

인생이란 낱낱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 같아서 당시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도 나중에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어떤 개인이 이루어낸 쾌거. 그의 불면의 시간과 심장의 열정과 땀이 만들어낸 것이다.


 “나의 수학적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즈상 수상자 목록에 있는데, 그 밑에 내 이름이 오르게 된다니 낯설고 무게가 많이 느껴진다. 수학을 막 시작할 땐 필즈상을 받아야겠다고 바란 적은 없다. 다만 ‘수학자라는 직업으로 돈을 벌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바랐는데 그땐 지나치게 원대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수학자라는 직업으로 돈을 벌 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인터뷰는 오히려 솔직하고 담담하다.

어떤 상을 받기까지 수많은 과정들이 있었고 그 과정들이 뭉쳐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의 아름다운 땀의 과정을 자극적인 용어 ‘수포자’로 둔갑시켜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습작 활동을 하던 그가 인생의 대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건 학부 졸업반 때 필즈상(1970년) 수상자인 일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토대 명예교수를 만나면서였다. 당시 생계유지 방편으로 과학기자를 꿈꾸던 허 교수는 서울대 노벨상 석학 초빙사업으로 국내에 초청된 히로나카 교수를 첫 번째 인터뷰 대상으로 점찍고 그의 강의를 들었는데, 이때 히로나카 교수의 전문 분야였던 대수기하학에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같은 대학 수리과학부 대학원에 진학했고,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의 다양한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분야, '조합 대수기하학'의 토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가 수학분야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게 된 것은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토대 명예교수와의 만남이었다. 인생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앞으로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

       


한국의 교육 현실은 수많은 “포자‘들을 양산한다. 수포자, 영포자..... 왜 일까?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은 나라, 인재강국인 나라. 그럼에도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포자’가 되게 하는 것일까?

미디어의 시대, 겉똑똑이들이 넘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불과 몇 년 전의 아이들과 현재의 아이들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한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 제목처럼 요즘 아이들은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생각을 생각하지 않고 창의성도 돈으로 만드는 시대, sns 정보는 넘쳐서 아는 것(단편적이고 말초적인)은 왜 그리 많은지.  슬픈 현실이다.   

어떤 슬픔이 밀려올 때가 있다. 예전에는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웅크린 어깨가 안쓰러워 슬픔이 밀려왔지만 지금 밀려오는 슬픔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아이들의 사고가 단 한치도 자라지 않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 포자들이 넘치는 시대여서일까 언론은 ‘수포자’라는 자극적 단어를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에 교묘히 끼워 넣었다.

허준이 교수의 쾌거에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이러한 수상이 우리의 교육 여건에서는 여전히 요원할 것 같아서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한 번은 돌아보아야 한다.  더 이상 ~포자들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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