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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우리는 씀으로써 연결되어 있다

두드리는 자판의 힘으로, 클릭하는 마우스의 힘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카카오가 입주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토요일 오후가 번 아웃되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 이후 국내에서 수십 차례의 길고 짧은 장애가 발생했으나, 이렇게 장기간 오류가 계속된 적은 없다고 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카톡 장애가 오래간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전원 공급 재개 시 2시간 안에 카카오톡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가 복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먹통이 된 주말.     

안개가 끼었다. 눈이 내린 것처럼. 뿌옇게 낀 안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생각이 났다.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의 민낯과 광기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문제의 해결책은 사람들(특히 여성들)의 연대였다.     

sns 시대, 메일도 검색도 카카오톡도 안 되는 오후. 고립된 섬을 떠올렸다.

‘연대’ ‘연결의 힘'이 이렇게 큰 것이었구나. 아무렇지 않게 클릭하면 즉시 반응하던 수많은 이들의 이모티콘이 그리운 시간이었다. 

카톡 공해라고 까지 표현하기도 하는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 소리가 그토록 기다려진 것도 오랜만이었다. 

카톡 카톡... 난 괜찮아요. 나 아무 일 없어요.... 쉼 없는 안부의 메시지였다는 생각을 했다.     

판교 데이터 센터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메인 전원을 당연히 차단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그 과정에서 모든 연결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카톡 대신 문자를 주고받으며.... 카톡 소리를 기다렸다.

카톡 소리는 정보의 심장소리 같은 것이었다.     


연결의 힘, 연결의  힘은 악을 이기고 선을 세우는 데, 불의를 누르고 정의를 이끌어내는 힘이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누군가들과 우리는 실시간 연결된다. 지구 저 끝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을 손안에 두고 바라볼 수 있다. 지구 저 끝 누군가의 일상을, 누군가의 목소리와 몸짓을 확인할 수 있다.

연결이 중단된 오후. 눈이 멀고 귀가 멀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메인에서 넘어가지 않는 화면, 서버 에러를 알리는 메시지. 부질없이 마우스만 만지작거리는 시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

눈앞에 존재하는 것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가 생각했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의 위험성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문득 정보 사회가 되기 전 ‘책’이 지식의 보고일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물과 

새로운 지식의 유입 창구는 낯선 나라의 선박에 실려온 ‘서적’이었을 테니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당신은 씀으로써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이라고 독려하는 브런치의 창도 완전히 복구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쨌든 우리에게 쓰는 일은 중요하고, 익명의 우리는 씀으로써 연결되어야 하니까. 연결의 힘.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없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두드리는 자판의 힘으로... 클릭하는 마우스의 힘으로.... 

우리는 그렇게 연결의 힘을 믿고 있다.

그 연결의 힘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아름답고 온기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로운 아침. 창을 가득 메운 새하얀 안개가 걷혀있다.

유난히 맑은 하늘이 보인다.  그러나 10월의 바람이 불고 있다./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존재의 언어로

부딪침과

느낌과

직감으로


익명의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살아가야 한다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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