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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가 모두에게 '축제'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왜 쏘아 올리는 불꽃에 열광하는 것일까. 불꽃의 민낯


사람들은 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불꽃에 열광하는 것일까.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We Hope Again'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3개국이 참여해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개최되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서울시에서 주도하는 행사가 아니라 한화그룹에서 주도하는 행사라 한다. 매년 70억 원 규모의 돈이 불꽃 축제에 사용되고 불꽃처럼 흩어진다. 2000년부터 시작된 축제라니 생각보다 오래된 행사다.     

지금은 환경오염 때문에 해변에서 폭죽놀이를 금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바닷가에 가면 늦은 밤 불꽃놀이는 필수였다 개인이 폭죽을 사서 폭죽놀이를 하는 것을 제한하는 대신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관람하는 튜어 코스에는 바다 한가운데서 유람선과 유람선들이 모여 일제히 불꽃을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가 당연히 포함되어있다.     


하늘 가득 불꽃이 터져 나왔다. 지인이 보내준 영상 속의 불꽃들. 고리 모양의 행성이 등장하고  유성우가 쏟아지는 것 같았고  꽃 속에서 또 다른 꽃이 쉼 없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과학의 힘을 빌린 집단 유희, 호모 사피엔스 종의 무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주 어디선가 파랗고 조그만 지구별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을까?     

불꽃을 보고 환호하는 일. 불꽃놀이에 숨은 어마어마한 과학의 힘.

화약이나 화포 등이 무기의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놀이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신기하다.

전쟁과 놀이, 축제와 화재, 환희와 고통... 결국은 같은 것이라는 말인가.     


불꽃놀이의 핵심은 어떤 색을 어떤 모양으로 내느냐인데  불꽃의 색은 ‘연소’와 ‘불꽃반응’의 결과다. 연소하면서 특유의 불꽃색을 나타내는  원소들이 있는데  불꽃반응의 색이 백색이면 연소되는 물질 속에 알루미늄이, 노란색이면 나트륨, 청록색이면 구리, 빨강이면 스트론튬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불꽃놀이의 기본 형태는 발사포에 화약을 채워놓고 화약에 불을 붙여 그 폭발력으로 화공품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것인데 이 화공품을 ‘연화(煙火)’라고 한다. 연화는 공 모양의 옥피, 즉 껍질 속에 할약이라는 이름의 화약과 ‘성(星. 또는 별이라고도 부른다)’을 채워 넣은 구조이다. 성(별)은 한가운데에 핵 역할을 하는 무명씨 등을 넣고 발연제, 색화제 등의 여러 화학제가 혼합된 화약을 입혀서 만드는데 성의 구조에 따라 불꽃의 모양과 색이 결정된다고 한다.     

불꽃이 폭발하는 것을 꽃에 비유하여 ‘개화’라고 하며 개화의 모양은 연화의 내부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국화’는 불붙은 성 수백 개가 360도로 퍼져 나가며 구형으로 개화한 것이고. ‘야국’은 들판에 국화 여러 송이가 퍼진 것 같은 모양으로, 연화 속에 성 대신에 소형 연화를 여러 개 넣은 것이다.  ‘휘슬’은 연화 안에 소리를 내는 휘슬 소체를 넣어서 불꽃이 개화할 때 소리를 추가하는 것이고, ‘링’은 성의 배열을 조정하여 불붙은 성이 평면상의 원을 이루며 타오르는 것을 말한다.     

불꽃놀이에도 연출이 필요하다.  불꽃의 크기, 개화 시간 등도 정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도화선의 길이를 계산하여 제작해야 하고, 연화의 크기도 헤아려야 한다. 즉 큰 연화일수록 많은 성이 들어가고 더 높은 곳에서 터뜨리며 개화 반경 또한 커진다. 불꽃놀이 시 불길이 지상에 떨어질 경우 화재의 위험이 있어서 안전을 보장하는 ‘보안 거리’ 확보가 중요하다. 연화가 클수록 개화 반경이 커지므로 보안 거리도 넓게 확보되어야 한다. 

불꽃놀이의 기원은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착상은 고대의 인도, 페르시아 등지에도 있었다고 하며 원시적 형태의 연화가 등장한 것은 7세기 초 중국 수나라 양제 무렵이라고 한다. 13세기 화약 발전 시기를 거쳐 15세기쯤에는 유럽 각지로 퍼지면서 연화가 일반화되었다. 그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화의 근본적인 구조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최근에는 불꽃놀이에 더 정밀하고 다양한 연출을 이뤄내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연화 자체에 컴퓨터 칩을 장착해 공중으로 올라간 후 개화하는 시간까지 제어하는 기술도 등장했고 실제 베이징 올림픽 때 활용되었다고 한다.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글 일부 발췌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인공 불빛의 개화, 별을 쏘아 올려 별꽃을 키운다는 발상이 신기하다. 어릴 적에도 불꽃놀이가 있었다. 아파트가 베란다 대신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보던 기억.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현란하고 아름다웠고 눈부셨지만 그 모든 것은 소멸하는 것. 덧없는 것이었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도전 같은 것.  밤하늘에 그리는 그림 같은 것.

거대한 검은 도화지 위에 끝없이 무언가를 그려내는 호모 사피엔스 종의 집단 유희.     


그런데 현란하고 몽환적인 불꽃 축제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슬픈 민낯들이 있다. 코로나로 3년 만에 열리는 그 불꽃 축제 때문에 한강 공원의 풀밭이 엉망이 되었다는 기사. 불꽃축제를 보고 떠난 뒷자리가 쓰레기로 가득했다는 기사, 최고 뷰를 보게 해주는 대가로 당일 아파트 대여비가 50만-60만 원이라는 기사도 있다. 검색해보니 2015년에는 불꽃 축제 하루 전날 조명 설치 기사가 한강으로 추락해서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월세를 내지 못해, 관리비가 밀려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태풍 피해로 반지하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강의 불꽃 축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저 떨어지는 불꽃 한 조각이 적어도 100만 원은 할 텐데 하는 생각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10. 8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었다. 2022년 슬로건은 "새들의 밤을 위해 불을 꺼주세요!(Dim the Lights for Birds at Night!)"였다고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불꽃축제의 소음과 빛 등이 새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엄청난 폭발음과 밝은 빛 등에 놀란 새들이 불꽃의 폭발을 피해 달아나려고 급히 고도를 높이다가 충돌하여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로마에서 불꽃축제 후 떼죽음 당한 새들의 사체가 도로에서 대량 발견되었다고 한다. 

밤하늘은 인간의 것만은 아니다. 현란한 인공조명으로 생태계에 교란이 심해지는데.... 

불꽃을 바라보며 마냥 환호하기엔 어딘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호모 사피엔스에겐 축제를 빙자한 잔인한 유희, 새들에게는 불안과 공포의 밤이었으라...

 'We Hope Again'이라는 슬로건이 새들에게는 그 밤 어떤 의미로 읽히었을까?/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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