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리스 커머스(Headless Commerce)’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얼핏 봤을 때는 ‘머리가 없는 커머스’라는 의미로 보여 오해 아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요.
헤드리스 커머스는 최근 북미권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기에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커머스 관련 기술입니다. 디지털화 및 온라인화가 진행되고, 인공지능(AI)과 같이 고도의 데이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통적인 커머스 플랫폼 구조에 변화가 찾아오고 사용자들이 PC에서 모바일 기기나 스마트 워치 등 다양한 옴니 채널을 이용하면서, 보다 더 유연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헤드리스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헤드리스 플랫폼이 대두되는 배경에는 D2C(Direct to Customer)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하는데요.
D2C는 유통업체들이 아마존, 쿠팡, 이베이와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에서 벗어나 자체 웹사이트, 혹은 앱을 구축하여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D2C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다양하고 정교한 고객들의 취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인화와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해야 하는데, 헤드리스 커머스는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헤드리스 커머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어느정도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헤드리스 커머스는 구체적 정의는 무엇이고,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간략하게 말하자면, 헤드리스 커머스는 고객과 대면하는 ‘프론트엔드’와 결제나 재고 관리 등 커머스 기능을 담당하는 ‘백엔드’를 분리하는 이커머스 시스템 기술입니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개발/마케팅/고객관리의 유연하고 신속한 전개 및 수정·보완이 가능하고, 최상의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Amazon)의 경우, PC와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단말기로 접속하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서비스 이용 고객들에게 일관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헤드리스 아키텍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헤드리스 커머스는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이커머스 시장을 혁신할 신기술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플래티어에서는 CB Insights에서 올 초 발행한 헤드리스 커머스 관련 리포트를 발췌, 인용하여 헤드리스 커머스에 대한 내용을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오랫동안 데스크탑 PC 용으로 개발되어, 프론트 및 백엔드 구성 요소가 긴밀하게 결합된 모놀리식 (Monolithic, 모든 서비스가 한 덩어리로 구성된 형태)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모바일 커머스가 성장하고 다양한 유형의 이커머스가 등장하면서, 브랜드/유통업체들은 ‘헤드리스 커머스’와 같이 신속성과 높은 유연성을 가진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헤드리스 커머스 아키텍처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프론트와 백엔드 구성요소가 분리돼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매개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백엔드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해 상품에 관한 정보, 프로모션이나 할인의 전제가 되는 마케팅 로직, 결제와 같은 기능들을 다룰 수 있으며 API를 통해 상품 이미지나 가격, ‘지금 구매하기’ 버튼과 같은 프론트엔드 환경으로 구현됩니다. 이러한 아키텍처는 쇼핑객들이 모바일 앱, 인스타그램 쇼핑 기능, 심지어 인터랙티브 키오스크를 통한 거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헤드리스 커머스의 장점 중 하나는 브랜드/유통업체들이 고객들에게 보다 커스터마이징되고 심리스(seamless)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은 고객 확보와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 사용자 경험과 내비게이션의 향상 도모
판매자가 헤드리스 커머스와 같은 API 기반 아키텍처를 활용하면, 소비자들에게 PWA** 기술이 적용된 프론트 엔드 경험을 제공하기 더욱 용이합니다.
구글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사이트 방문객 중 53%는 페이지 로딩 시간이 3초 이상 소요되면 사이트를 이탈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문객이 많다면 당연히 매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죠?
뿐만 아니라, 헤드리스 커머스 플랫폼은 다양한 기기와 상황에서 동일한 정보를 활용 가능하며, 최적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모바일 커머스에서 특히 중요한 기능인데요.
한편, 데스크탑 기반용으로 구축된 기존 이커머스 시스템은 종종 스마트폰에서도 PC와 동일한 웹사이트 레이아웃을 표시하곤 합니다. 이에 잠재 고객들은 상품 설명과 같은 콘텐츠를 읽을 때 화면을 확대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사이트에서 이탈하거나,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찾지 못해 구매를 포기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러나 헤드리스 커머스는 백엔드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필요 없이 다양한 플랫폼/매체의 특성에 맞는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어, 유통업체들이 더 많은 유형의 기기와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차별화된 디지털 경험 제공과 신속한 구축 가능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정교화되면서 차별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온라인 쇼퍼를 확보하는 데 있어 더욱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나 헤드리스 커머스 아키텍처를 채택한 판매자들은 이러한 시장의 니즈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헤드리스 커머스 시스템은 모듈식 아키텍처를 따르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간단하게 구축할 수 있으니 말이죠.
예를 들면, 보다 많은 고객과의 디지털 접점에 커머스 기능을 추가하거나, 고객과의 접점에서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든지, 이커머스 사이트의 전체 백엔드 인프라를 건드리지 않고도 각 모듈만 수정해도 손쉽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기존 이커머스 시스템에 탑재되는 모놀리식 아키텍처의 경우, 위와 같은 기능과 고객 접점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추후 발생하는 새로운 커머스 경험을 통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헤드리스 커머스 엔진에서는 개발자들이 백엔드를 손보지 않고도 프론트엔드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브랜드/유통업체들은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과 만나는 새로운 접점을 발굴하거나,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A/B 테스트를 하는 시간 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 온라인 팝업 스토어로의 확장
헤드리스 커머스 시스템은 온라인 상에서 새로운 고객 접점을 보다 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브랜드/유통업체들은 이러한 특성을 살려 고객들에게 짧은 시간이라도 전달하고 싶은 이커머스 사이트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랑콤(Lancôme)’ 경우, 헤드리스 커머스를 도입해 온라인에서의 고객 접점을 발굴하기도 했는데요. 랑콤은 2020년 8월 싱가포르에 첫번째 온라인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짧은 기간동안 온라인 컨설팅과 라이브 스트리밍, 온라인 독점판매 등을 제공하여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 보다 쉬운 헤드리스 기술 도입을 위해 로우 코드·노 코드 *** 환경 선호도 증가
쇼피파이(Shopify), 빅커머스(BigCommerce), 마젠토(Magento) 등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들은 이미 헤드리스 커머스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존의 모놀리식 아키텍처에 헤드리스 기능이나 모듈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장점이 제한적이며 개발 비용과 인력도 많이 소요됩니다.
이에 최근 설립된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은 중소 기업의 헤드리스 커머스 솔루션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발자 없이도 헤드리스 커머스의 프론트엔드를 구축·최적화할 수 있는 로우 코드·노 코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B2B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헤드리스 기술 필요성 대두
코로나19로 인해 B2B 기업들도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하면서, 스프라이커(Spryker)와 같은 B2B 이커머스 솔루션 제공업체들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스프라이커는 독일 베를린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최근 1억 3,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 받기도 했는데요. 스프라이커는 B2B 기업들이 견적이나 법인사업자 인증서, 포장·측량 장치 등 B2B 기능이 탑재된 헤드리스 구조의 이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향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 무대를 전환하는 도소매 업체들이 증가하거나, B2C와 비슷한 수준의 구매 편의성을 추구하는 B2B 구매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위와 같은 솔루션의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헤드리스 커머스의 정의와 브랜드/유통업체에 주는 이점,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헤드리스 커머스는 지속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을 것이며, 스마트워치, 메시징 서비스, 리커머스**** 와 같이 다양한 이커머스 채널로 확장하고 싶은 브랜드/유통업체들에게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다만, 현재 헤드리스 커머스 기술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자원, 그리고 인력입니다. 대규모 기업들만이 헤드리스 커머스 시스템의 높은 구축 비용과 인프라의 운영·유지보수가 가능한 전문 엔지니어를 확보할 수 있는 여유가 있죠. 향후 중소 기업들이 얼마나 빨리 헤드리스 커머스를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로우 코드·노 코드 서비스의 사용 편의성과 가격에 달려있을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플랫폼 솔루션 전문기업 ‘플래티어’도 중·대형 제조사/브랜드를 위해 헤드리스 커머스 기술이 구현된 D2C 커머스 솔루션 ‘엑스투비(X2BEE)’를 개발, 2021년 하반기에 런칭하였습니다. 엑스투비는 백오피스 운영과 PC 및 모바일 등 고객 접점 프론트 채널 영역으로 구분되며, 시스템 간 내/외부의 원활한 연계를 위해 API 모듈도 제공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화 상품 추천 및 쇼핑 최적화 서비스도 제공하여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향후 헤드리스 커머스를 도입한 기업들은 아마존과 같은 거대 이커머스 기업과의 경쟁이 한층 수월해질 것입니다. 아마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앞서간다’는 것은 곧 ‘헤드리스 커머스를 도입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헤드리스 커머스 구조를 도입하여 혁신을 일궈낸 미국 브랜드 4곳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들이 어떠한 계기로 헤드리스 커머스를 도입하게 되었는지, 도입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헤드리스 커머스 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각주]
* 옴니채널 :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PWA : 프로그레시브 웹 앱(Progressive Web Applications)의 줄임말로, 네이티브 앱의 장점과 웹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결합한 것임. PWA 기술은 페이지 로딩 속도를 크게 높여, 고객 이탈률은 줄이고 구매 전환율은 상승시킬 수 있음.
*** Low-Code : 최소한의 프로그래밍으로 짧은 시간 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방법
No-Code : 프로그램 코딩 없이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한 프로그래밍 방법
****리커머스(Recommerce) : 기존 사용하던 제품을 재거래한다는 의미에서 보상판매와 교환판매 방식을 결합한 제품판매전략.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출처]
What Is Headless Commerce ? / CB Insights Research Report
https://www.cbinsights.com/research/report/what-is-headless-comme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