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예술이란 무엇인가?
창작을 하다 보면 본인이 지금 하는 것이 대중 예술인지 순수 예술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아니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정의도 정확히 모를뿐더러 "나는 돈의 노예를 자초하는 대중 예술 편에 서지 않는 고독한 예술가이니까 내가 진짜야!"라고 자위하는 창작자도 더러 있다. (사실 난 어릴 때 이런 분들을 꽤 많이 봤다.) 특히 음악 쪽에서는 대중가요를 무시하는 사람이 그 부류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람들의 작품 인지도나 창작자 본인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가 과연 대중성을 띄지 않는 순수 예술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대중들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예술성이 뛰어나서 일까? 두 가지 의문에 100% 그렇다고 일축할 수는 없다. 왜냐면 대부분 창작자는 순수예술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대중예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중예술이 대중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을 못한 것이다.
예술이 상업성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만을 걸어가는 사람의 생각을 난 존중 한다. 반면에 예술도 당연히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이니 상업성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 역시 나는 존중한다. 어떤 생각이던지 항상 입장의 차이가 존재한다. 두 가지 생각 중 무엇이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은 그저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특징과 차이점, 공통점을 찾아보고 조금이나마 예술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대중예술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단연 첫 번째 특징은 자본주의 시장 구조 안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창작자가 고민하는 해답은 나오게 된다. 만약 당신이 돈을 벌기 위해 작품 활동을 한다면 당신은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순수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지 않은가?
아무리 언더그라운드에서 배고프게 창작활동을 하더라도 결국 그 행위로 돈을 벌고 있거나, 벌려는 계획이라면 그건 대중예술 행위에 속한다 볼 수 있다. 그 행위가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하고는 있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배가 고프다고 순수예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대중 예술 중에서도 그저 인지도가 없고 돈이 안 되는 대중 예술을 하고 있거나,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 선상에 있는 예술. 즉, 창작자의 의도가 좀 더 많이 반영된 대중예술을 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대중 예술의 두 번째 특징은 대중의 경험과 욕망을 반영하고 결핍과 고통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는 TV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의 식욕(백종원의 골목식당), 수면욕(1박 2일), 출세욕&물질적 욕망(권력다툼 형 아침드라마), 성욕(에로영화, 포르노 산업), 승부욕(각종 스포츠- 스포츠 정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바란다.) 등등 인간의 욕망을 다루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대중예술은 경험과 욕망을 반영하고 그 욕망이 결핍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소비자가 반응하게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막장 드라마를 대중이 욕하면서도 계속 만들어지고 계속 소비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망이 쉽게 사그라들 수 없는 콘텐츠 주제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대중 예술은 세 번째 특징인 보수성을 갖는다. 청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고, 여태껏 해왔던 욕망 자극을 이어나가야만 흥행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것을 쉽게 추구하지 못한다. 대중예술은 창작자의 의지나 생각보다는 수용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창작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은 시청률이 높은 주말 드라마의 재벌, 가족 갈등, 사랑, 복수 스토리를 지난 몇십 년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순수예술의 특징은 대중예술과 거의 반대 개념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순수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 자신의 감정이 창작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창작자의 의도와 생각이 창작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수용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대중을 자극할 필요도 없으며 오로지 자신의 정신적 가치 추구에 전념하게 되니 개방적이고 주제가 인간의 경험이나 욕망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갖게 된다. 때로는 수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역시 둘의 차이점은 자본이다. 돈이 엮이면 수익을 위해 상대방을 고려해야 하고 많은 것들이 돈을 지불하는 쪽의 입맛에 맞추게 되는 구조라는 이야기이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차이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이라는 시각으로 봤을 때 둘의 공통점도 역시 존재한다. 이 두 가지 예술의 공통점은 바로 특정 시대, 특정 계층 사람들의 경험 생각 느낌이 담긴다는 것이다. 전에 쓴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예술은 형상을 통해 인간의 사상과 생각, 느낌, 태도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인간의 정신적 산물이기에 자신의 시대와 자신이 몸담은 계층의 경험을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A라는 아티스트는 대중의 입맛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음악을 만든다. 그저 자신의 창의적 생각만이 가장 우선이고 이것으로 돈을 벌고 싶어 했고, 돈도 많이 벌었다. B라는 아티스트는 철저하게 대중의 입맛을 고려해서 음악 작업을 한다. 하지만 B라는 아티스트는 음악으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고 앞으로 수익으로 이어질 일도 없다.
A와 B는 각각 어떤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순수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중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A는 운이 좋은 대중예술가였다고 본다. B는 행복한 대중예술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들을 무슨무슨 예술가라고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감히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판단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본인이 창작자이라면, 혹은 창작자는 아니지만, 예술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의식적인 고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차이를 인정하는 사람인지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차별을 인정하는 사람인지의 대한 고찰 말이다. 차이와 차별은 비슷한 발음이지만 정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순수예술이 고차원적인 예술이고 대중예술이 저급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 뭐 생각은 자유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술을 하고 있음에 우쭐대거나, 예술적 지식이 많은 것을 우쭐대는 사람을 가끔 마주하곤 한다. 그런 사람들은 예술에 대해서 타인보다 지식이 많을지 몰라도 정작 예술을 진정으로 대하는 자세나, 예술이 인간 세상에서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 면에서는 순수한 어린아이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뭐 이런 생각도 자유라고 생각해주겠지..)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결코 편협한 시각을 갖는 사람들을 욕하기 위해서 이런 글을 적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과 다르다는 우월적 생각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망 중 하나이다. 그러한 생각은 문화에서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 위의 자극적인 문장을 통해 난 다음 글의 주제인 문화란 대체 무엇인지를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