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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성 Dec 05. 2018

예술과 문화란 무엇인가? -3-

#문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문화라는 말을 많이 쓴다.


 "문화생활을 즐기다."라는 문장으로 봐서는 문화란 게 재미있는 무언가를 뜻하는 것 같다. 문화 시민이 되어야 한다든지, 문화 시설이 부족하다든지, 문화라는 단어는 다방면으로 사용된다. 그럼 대체 문화란 것이 무엇이기에 현대인들은 문화라는 말을 빈번하게 쓸까? "문화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예술이 뭡니까?" 만큼이나 어렵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문화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이야기해 볼까 한다.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간의 사상이나 행동 양식"이다. 인간의 행동 양식은 사회 전반에 나타나기 때문에 문화 역시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꽤나 다양하다. '문화생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영화나, 미술관에 가는 것 혹은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가는 것을 떠올린다. 예술은 인간의 형상을 통해서 인간 세상을 표출하는 것이니 문화를 생각할 때 예술 분야를 같이 떠올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예술의 범위를 국한할 수 없는 것처럼 문화의 범위 역시 국한할 수는 없다. 


가령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모임 역시 하나의 문화이고, 힙합도 하나의 문화이다. 힙스터, 얼리어답터 등등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인터넷 모임 역시 하나의 문화이다.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 이 모든 것이 문화이다.



핍박받는 

문화


(Witch Burning @ wikipedia)


중세 유대인들과 여성들은 유럽 남성들에게 엄청난 핍박을 받은 역사가 있다. 유대인은 나라 없는 슬픔과 더불어서 마초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았고, 마을에 재난이 생기거나 불길한 일이 생길 때면 동네 여성 중 한 명을 지목해 마녀로 몰고 화형을 시킴으로써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신 나간 행동이지만,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 즉, 이것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마녀사냥 문화이다.


문화에도 이와 같은 마녀사냥이 존재한다. 발현의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문화에 대한 마녀사냥은 지금도 자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문화 마녀사냥은 주로 시대별로 세대 간의 갈등의 모습을 띠며 해당 문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 의해서 발현된다.


1960년대 만화방은 불량학생들의 모임 장소이거나, 신성한 학업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졌고 당시 부모님이 꺼리는 문화였다. 그 당시 영화에서는 만화방 가서 불량학생들에게 돈을 뺏기거나, 만화방 갔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등짝 스매싱을 당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60년대 영화에서 비치는 모습이 그 당시 사회상을 말해 준다. 즉 어른들이 만화방을 바라보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만화방이 그다지 나쁜 이미지가 아니다. 당구가 스포츠로 인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0년대 초반 컴퓨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무용뿐만 아니라 가정용 컴퓨터가 게임용으로 모습을 바꾸게 되었다. 그때 즈음 등장한 피시방과 게임 산업 역시 신성한 학업을 방해하는 요소로 부모들의 우려 목소리가 컸으며, 프로게이머가 꿈이라고 부모님께 이야기하면 상스러운 욕까지 들었던 시대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2011년 셧다운제라는 제도까지 생겨 16세 미만의 아이들이 심야에 게임 제공을 받지 못하는 법안도 제정되었다. 


2000년대 후반 인터넷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의 누리꾼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 2002년 인터넷 실명제가 처음 거론되었고, 2007년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공표하였다가 2012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소송으로 없어지게 된 비운의 제도 역시 우리의 역사이다. 이러한 예를 찾자면 수도 없다. 힙합 역시 1998년 KBS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당시 어른들이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엿볼 수 있다. 음반 차트 상위권에 항상 힙합 장르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도끼를 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키덜트라는 문화가 처음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유아적인 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취미 생활쯤으로 치부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킨텍스에서 크게 열리는 플레이 엑스포의 주 타겟층이 20-30대 남성인 것을 생각하면 이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새로운 문화가 생길 때마다 당연한 듯이 반대하는 계층이 존재했고, 이 글을 읽는 우리들도 이해 못 하는 문화가 분명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온몸에 빼곡히 문신하는 것도 모자라 눈동자에도 문신을 하는 문화나, 온몸에 피어싱을 뚫는 문화, 공부는 안 하고 프로 유튜버가 되겠다는 아들, 딸을 둔 부모님 같은 경우라면 어떨까? 우리는 왜 새로운 문화에 대해 반발심을 갖게 되는 걸까?



예술 문화의

분류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좋고 남들과 다르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는다. 사람이 두 가지 문화를 비교할 때 역시 A와 B처럼 문화의 다른 면보다는 A+ 와 A-처럼 문화의 높고 낮음을 따지려 든다. 또한 향유하고 있는 문화의 사회 지배력에 따라 문화는 상위, 하위로 나뉜다. 일단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편하다.




X축은 예술이 사회에 지니는 힘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지배 예술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행동 양식(문화)이다.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보다는 윈도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운동복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정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보다는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많다. 즉 이처럼 특정 테두리 안의 문화에도 다수가 즐기는 문화가 있고 그렇지 못한 문화가 있다. 이는 상위 문화(Overculture)와 하위문화(Subculture)로 분류한다. 


Y축은 향유자의 계층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인간의 계층 분류는 부의 척도를 기준으로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예술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지식수준을 기반으로 지식인 예술과 서민 예술로 나눈 것이다. 지식인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교양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다. 사회학 개념에서의 지식인 정의와는 약간 해석이 다른데 그것에 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입니다. 일단은 지식인은 일반 서민들과 행동 양식이 다른 부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술 문화의 분류 

도표 설명


대중예술 본색(저.이영미) 에 나온 표를 재구성하였다.


A. 전위 예술은 지식인 계층에게 생소한 하위문화이다. 오페라보다는 가야금 연주가 황병기 교수님의 미궁 (밤에 듣지 마세요..)이 마니아가 적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B. 순수예술은 말 그대로 상업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는 오로지 형상을 통해 인간의 사상을 투영한 예술이다. 이와 같은 예술은 지식인 계층에게는 보편화된 상위 문화이다. 


C. 대중예술은 서민 계층에 절대적인 상위 문화이다. 우린 가요를 따라 부르고 가족과 같이 드라마를 보고, 회사에서 어제 티브이에 나온 연예인을 가십거리로 삼는다.  


D. 서민들에게 전 근대 사회 예술이나 구전 가요는 하위문화이다. 그 예로 누구나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다오~' 노래는 알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힘을 갖지는 못한다. 그저 유명한 채 구전되어 내려오는 까닭이다.


문화는 대체로 A에서 D로 흐른다. 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확한 발현을 구분 짓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동시 다발적으로 태어나는 문화들이 많다. 지식인 계층은 향유하던 문화가 서민 계층이 다 좋아하게 되는 대중예술이 돼버리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남들보다 특별해 보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어서 더 이상 입고 싶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 나아가 또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기도 한다. 






Photo by Clay Banks on Unsplash


힙합은 지식인 계층의 하위 예술 문화였다가 현재는 서민 계층의 대중예술이 된 문화이다. 힙합도 장르가 여러 가지라 소수 특정 집단의 예술이 아닌 대중예술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차트에서 보는 힙합은 대중예술이다. 차트에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그리고 언제 전락할지 모르는 문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서민 계층의 상위 문화는 소비되는 문화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소비가 되어 고갈되면 대중은 다른 소비재를 찾기 때문이다. (15년 전 테크노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한 가지 첨언하자면 지식인의 보편적 예술이라고 해서 꼭 순수예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 중에 상업성을 띄고 있는 예술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두부 자르듯 분류 하기에는 경계가 모호한 예술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대부분은 대중예술에 가깝다.) 위에 표는 그저 계층 간의 소비문화를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사회학 개념의 지식인이란 무엇인지, 대중들의 취향에 관한 분석과 위계화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이번 칼럼을 마무리 지고자 한다. 다음 글에서 비로소 예술 문화에 대한 차별적인 행동의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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