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 위에서
훌륭한 록 앨범에 필요한 것은 의외로 많지 않다. 멋진 기타 리프, 좋은 멜로디, 빼어난 연주와 보컬, 그리고 음악에 걸맞는 사운드. 무엇이 더 필요한가. 고전이 된 록들의 공통분모다. 모노톤즈의 데뷔 앨범 <Into The Night>에 담겨 있는 모든 것들이기도 하다.
한국 록 애호가들치고 차승우의 새 밴드를 기대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까, 보컬이라는 족쇄를 벗은 차승우의 새밴드를. 그리고 누가 그의 노래를 부를지 궁금해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수십명이 오디션을 거쳤다는 그 자리에 서서 마이크를 잡을지를. 그 기대와 궁금증을 답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Into The Night>은 분명한 수작이다.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우선 보컬 조훈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미국에서 자라 영국에서 대학을 마친 그는 간만에 나타난 ‘소리치면서 노래할 수 있는’ 보컬이다. 실용음악으로 오염된 틀에박힌 기술, 아마추어의 맹점인 어설픔이 그에게는 없다. 난폭하게 소리칠 때 그는 격정에 함몰되지 않는다. 차분하게 노래할 때도 힘을 잃지 않는다. 조훈의 목소리에는 사춘기 소년의 불안과 야성, 욕망이 겹쳐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다면성이야말로 록의 본질이 아니었나. 한 쪽에 힘을, 한 쪽에 감성이 얹힌 저울에서 조훈이 앉아 있는 곳은 균형추의 바로 위다.
기타리스트이자 송라이터로 돌아온 차승우는 문샤이너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그리고 노 브레인 시절 보다 훨씬 다채로워진 노래들로 앨범을 채운다. 특정 장르와 스타일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효율적으로 소리를 만들고 꾸민다. 바다로 돌아온 고기처럼 싱싱하고 역동적인 이 기타 리프들이야 말로 우리가 차승우에게 기대했던 것들이다. 제한을 두지 않은 음역대로 만들어내는 멜로디야말로 그의 특기이기도 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사운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곡 안에 존재하고 그 곡들이 모여 록의 거대한 전통과 그에 대한 경외로 완성된다.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압도적인 스케일이 된다.
혼돈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서막을 알리는 ‘Blow Up’이 디지털로 서비스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첫 작품을 여전히 ‘음반’으로 구상했음을 알리는 증거다. 디지털의 세계에서는 무의미한,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서사가 되는 실시간 미디어로서의 음반말이다. 원초적인 리프가 중거리 슛처럼 고막을 꿰뚫는 ‘A’, 안개속 풍경에 몸을 담그는듯 신비로운 ‘Into The Night’, 앨범의 변곡점이자 일렉트릭 기타의 쾌감을 새삼 깨닫게 하는 ‘브라운 아이드 걸’, 팝적인 멜로디로 앨범을 마무리짓는 ‘Zero’까지, 모노톤즈는 그들의 데뷔 앨범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이들 뿐만 아니라 이 앨범으로 자신들을 만나게 될 근미래의 팬들에게까지 지루할 틈 없는 여행을 선사한다.
어떤 이들은 모노톤즈를 슈퍼 밴드라 부른다. 불필요한 수식어다. 중요한 건 누가 모였느냐 보다 모여서 무얼 하느냐이니까. 그들은 그런 단어를 쓸 필요가 없는 앨범을 내놨다.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에 발을 딛고 서서, 미래를 바라보는 앨범을. 전통적인 록이라는 자장안에서 여전히 끝내주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앨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