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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시스템, 그 이후

SM의 신규 프로젝트 발표가 의미하는 것

산업의 역사는 포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헨리 포드가 생산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생산성 강화와 비용 절감을 극대화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의 하나다. 인간의 기계화, 부속화라는 어두운 면을 낳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런 면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포드사다.  H.O.T,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슈퍼쥬니어, 샤이니, F(X), 소녀시대, 엑소, 지금의 레드 벨벳까지 SM은 소속 가수 대부분을 성공시켰다. 시스템의 힘이다. 시장의 수요 변화를 예측한다. 이에 맞는 컨셉을 설정한다. 연습생 오디션 및 캐스팅을 거쳐 오랜 트레이닝 후 데뷔시킨다. SM의 새로운 아이돌이 언제 데뷔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연예 뉴스 톱에 오른다. 데뷔 하는 순간 이미 스타가 된다. 컨베이어 벨트가 도입된 후 포드 자동차의 주인공은 숙련된 장인이 아닌 헨리 포드, 혹은 포드사라는 시스템이 됐다.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소외의 완성이었다. 마찬가지다. SM(혹은 다른 대형 기획사)소속 아이돌의 주체는 멤버 개개인이 아니다. SM이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예술과 산업이라는 대중음악의 양 축중 후자에 강력한 방점을 찍었다. 보아를 필두로 한국 대중음악을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보아와 동방신기의 일본 성공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K-POP 시장은 없었을 거라 가정해도 좋다. 물론 폐해도 있다. 굳이 여기서는 생략해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현재 SM의 시가총액은 9,461억원에 달한다. 업계 2위인 YG는 6,683억원이다.  참고로 3위인 FNC가 2873억, 4위인 JYP는 1472억원에 불과하다. 


27일 오후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신규 프로젝트 5개를 발표했다. 일반적인 기자회견이 아니었다. 애플의 키노트를 연상시키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이었다. 그 만큼 스케일이 크다. 내용은 더욱 들여다 볼만하다. 누굴 데뷔시키고 하는 지엽적인 부분이 아니다. 풀어보면 이렇다. (1)1년 52주 동안 매주 다양한 형태의 음원을 선보이는 ‘STATION’. (2)EDM전문 레이블인 ‘스크림(ScreaM) 레코드’와 EDM 페스티벌 런칭 (3)노래방과 영상제작 공유, 셀러브리티 관심사 기반의 SNS기능을 아우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4) 누구나 신인 프로듀싱에 참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5) 스타가 직접 참여하는 라디오, 웹 드라마, 예능 등을 다루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다. 이 다섯가지 신사업은 두 묶음으로 볼 수 있다. 


1.그동안 축적해온 스타 메이킹 시스템 자체를 엔터테인먼트 산업화시킨다는 거다. 아이돌 산업의 꽃은 당연히 멤버들이다. 하지만 멤버들 뒤에는 수많은 인력이 있다. 그들을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다. 매주 한 곡의 음원을 발표하며 인력 활용을 극대화한다. EDM레이블을 설립해서 프로듀서 인재풀을 강화한다. 기존 시스템을 일반에 오픈, 닫힌 생태계를 열린 생태계로 전환한다. 아이돌 그룹을 내세우지 않아도 되는 EDM페스티벌을 통해 아이돌에 가려진 프로듀서 집단을 또 다른 스타로 만든다. 이런 흐름은 기존 아이돌 시스템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다. 


2. SM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겠다는 거다. MCN이 그거다. 젊은 층은 더이상 TV앞에 없다. 모니터앞에도 없다. 모바일에 맞게 가공된 동영상앞에 있다. 굳이 방송국에 잘 보일 필요가 없다. 포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네이버에서 런칭한 V앱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 충성도 놓은 다량의 팬층을 확보한 스타라면 기존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어떤 플랫폼이든 페이지뷰는 나온다. 오랜 팬 관리를 통해 쌓인 노하우는 새 플랫폼을 보다 팬 친화적인 콘텐츠로 채울 수 있다. YG가 외식업, 화장품 등 엔터테인먼트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분야의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반면, SM은 그동안 쌓아온 시스템과 스타 파워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모양세다. YG의 주가는 지난해 8월 연중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SM은 지난 1년간 등락은 있지만 상향세다. 제시카의 소녀시대 탈퇴, EXO 중국 멤버들의 이탈 등 악재가 많았음에도 그렇다. 


SM은 1989년 설립됐다. 부침끝에 1996년 H.O.T.를 성공시켰다. 올해는 이를 가능케했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도입된지 딱 20주년이다. 기존의 시스템은 이미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서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시스템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인력 유출도 진행중이다. K-팝의 가장 큰 캐시박스인 일본에서의 전망은 어두워진지 오래다. 다른 모든 산업이 그렇듯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SM의 신규 프로젝트는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추격당할 것인가. 혁신을 통해 새롭게 도약할 것인가. 한 회사 뿐만 아니라 한류 산업의 근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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