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보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지 궁금해하곤 한다. 무조건 오래오래 살기보다, 삶을 조밀하게 채우고 싶다는 염원이다. 최근 동료가 맡은 단막극 <산책>을 시사하며 아흔이 가까운 연세에도 녹슬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시는 이순재 선생님의 에너지에 감탄했다. 극 중 함께 연기했던 강아지와 함께 제작발표회장에 오신 모습에 괜히 가슴이 뭉클해져, 일면식도 없지만 선생님의 뒷모습에 대고 앞으로 많은 날 건강하게 연기해 주실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다.
오래되어 늙고 낡을수록 아름다워지고 싶다. 워렌 버핏도 살 수 없는 젊음만이 가진 멋이 있듯이, 어느 누가 탐내도 세월의 축적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싶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모두가 늙어가고 있지만 시간의 세례는 일상의 꾸준한 적립에서 온다고 믿는다. 근래 읽은 박완서 선생님의 에세이는 사유의 기록을 꾸준히 남겨두어야겠다는 다짐을 견고하게 해 주었다. 생각을 귀찮아하지 않기 위한 각오를 다진다. 빡빡한 일상의 작은 틈 사이로 게으름이 스미면 가장 먼저 내려놓게 되는 것은 생각이라, 잠깐의 사이로 꾸준함이 새어나가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태도가 풀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누수가 없도록 꽉 잠궈 생각하는 대로 살겠다는 결심이다. 남의 생각을 소비하기보다 나의 생각을 더 많이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나에게 허락된 보름달은 몇 번이나 될까. 그 끝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지 그려본다. 안도일까, 뿌듯함일까, 후회일까, 후련함일까. 무엇을 안도하고 어떤 걸 후회할지 전부를 가늠할 순 없겠지만 미련이 남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끝에 서서 전체를 바라보았을 때 모든 순간 사랑이 가득했으면 하고 기대하는 설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