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Apr 24. 2018

17년 가을 이탈리아 가족여행 (2)

2일차 폼페이 소렌토 포지타노

새벽 일찍 일어나 로마에서 출발하는 일정.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아침 끼니 해결하기 위해 전날 마트에서 산 재료로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까르푸 익스프레스에서 구한 치즈와 햄, 빵

손이 야무진 엄마와 요리는 좀 귀찮아 하는 나

남부로 출발

톨게이트에서 뽑은 통행증 같은거였던 걸로 기억.

봉긋 솟은 산봉우리는 말로만 듣던 베수비오 화산

포지타노 가는 길에 스쳐지나갈 예정이었던 폼페이에 아빠는 강력한 관심 보이는 중. 말로만 듣던 폼페이 또 언제 와보냐며...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카푸치노 한잔씩 때리고 빵 이것저것 사서 시장함을 달랬다.

내가 좋아하는 fage 그릭요거트도 겟

결국 아빠 소원대로 폼페이에 들렀다 가기로 결정.

결론적으로는 폼페이 정말 좋았다. 주변에서 폼페이 볼 거 없다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 역시 여행엔 답이 없고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써내려갈 뿐인가봄. 인생이 그러하듯.


황량한 폐허의 도시로 입성

폐허 도시 가는 것 치곤 신난 표정

안녕 폼페이

폼페이 유적지가 굉장히 넓은데 비해서 관광객이 많지 않아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로마에서 너무 많은 관광객에게 치이다가 이 곳에 오니 진짜 여행이 시작된 기분.

한 때 번성했던, 지금은 흔적만 남아버린 도시. 오랜 세월동안 자연에게 조금씩 침식되어 무뎌진 인공물들은 자연을 닮아간다.

아빠 길게 찍어주려 했는데 내가 길게 나옴. 아빠 미안

돌담따라 골목 구석 구석을 걸어본다. 찬란한 햇살이 무심히 흔적만 남은 돌기둥 위에 내려앉는다.

폼페이는 생각보다 컸고, 보존 상태가 굉장히 양호했다. 이렇게 거대한 유적지는 처음 와봐서 압도되었다. 한 도시 전체가 발굴물이라니.

선조가 남기고 간 귀한 발굴물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해서 이렇게 아름답고 적막한 거대한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이탈리아인들, 멋지다.

구름모자 쓴 평화로운 산할아버지같은 저 뒤의 베수비오 화산이 이 큰 도시를 집어삼킨 죽음의 잿가루를 뿌렸다는게 놀랍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화산이 폭발한 날은 재가 태양을 가려 낮이 밤이 되었다고.

아빠는 20대때나 지금이나 포즈를 잘 잡는다.

아빠는 이런 컨셉사진을 좋아한다.

안뇨옹

정말이지 서울보다 도시구획이 더 잘 되어 있다. 모든 길과 도로가 직선으로 연결되고 광장과 만난다.

아름다웠을 것 같다. 이 곳이 도시였을 때에는.

다시 소렌토로 향하는 길

엄청나게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에 진입한 걸 보니 남부지방 입성이다.

절벽에 해초마냥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보인다. 포지타노다!

보석같은 바다가 시야에 일렁인다.

차에서 안내릴 수 없는 구간

아무리 쳐다봐도 질릴 것 같지 않는 이 뷰


절벽위에 자란 선인장. 강인함이 아름답다.

숙소에 짐풀고 포지타노 거리 산책. 해안으로 이어지는 가파르고 좁다란 골목길을 조심조심 걸어내려간다.

골목을 따라 그림과 수공예품 레몬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릇 하나쯤 살걸 그랬나

세상 다 가진 듯한 커플

해안에 가장 가까웠던 둘레길. 너무 덥고 지쳐서 잠시 쉬었다. 식당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고...

우여곡절끝에 더위먹기 직전 식당에 착석.

이 순간만큼은 꿀물보다 달콤한 뻬로니 한 잔

파란 바다에 흰 조각배가 보석처럼 빛난다

땀 많이 흘린 우리에게 나트륨 보충이라도 하라는 듯이 남부 음식은 짜고 자극적이고 맛있었다.

내 소중한 뻬로니


언제 어디서나 아낌없는 포즈 발사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모든 메뉴가 다 맛있었다.

멋진 뷰가 보였다 하면 바로 포즈 취해주시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식후 젤라또를 빼면 서운하다

패기롭게 포지타노는 레몬이라며 레몬아이스크림을 골랐으나 얼굴 의문의 1패

자갈비치로 내려와 돗자리 깔고 한참을 누워서 쉬었다.

가을이라 조금 찬 바닷물

교회당 종이 울린다

조약돌 줍는 소녀같은 엄마

올리브모양 조약돌 발견

유유자적 한량놀이

누워서 본 하늘엔 하얀 깃털같은 달이 떠있다.

포지타노에 석양이 내린다.

bucca di bacco 로 기억하는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저녁식사 기다리며 cheers

갑자기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던 순간

오늘의 쾌청했던 날씨가, 바닷바람이, 예뻤던 숙소가, 내가 어느덧 어른이 되어서 돈을 벌고 부모님을 모시고 이탈리아 바다마을에 놀러와서 와인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

전반적으로 모두 성공적이었던 저녁메뉴

포지타노에서 시킨 메뉴들은 실패한게 없다.

남부음식이 원래 맛있는건가.

특히 인기 좋았던 이 라비올리.

그리고 엄마는 화이트와인 몇 모금에 취해 꼬장을 부렸다고 한다.

와인 한 잔 겨우 비우곤 만취상태가 되어 아들 손에 이끌려 귀가하시는 어머니. 가성비 좋아서 부럽다.

아무도 포지타노의 밤이 예쁘다고 귀띔한 적 없었는데, 낮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그렇지 밤길도 예쁘다.

포지타노 절벽마을에 밤이 찾아오고 집집마다 등을 밝히면 마치 거대한 배가 바다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마을버스 타는 법을 몰라 집까지 30분을 걸었다. 신나게 춤을 추며 올랐더니 포지타노의 악명높은 언덕도 걸어 올라갈만 했다(취하지는 않았다) 기분좋았던 저녁.

작가의 이전글 북가좌동 두번째집 셀프인테리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