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와 에레핀

동물의 숲 <포켓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

by 둥글레

한나는 노래를 좋아해 가수가 되고 싶어 하지만 수줍음이 많다. 그러나 들어주는 이 없이 노래하는 사람을 '가수'라 할 수 없는 노릇. 한나는 그래서 일단 작은 벌레들 앞에서 노래 연습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나가 날개 달린 벌레를 몹시 무서워한다는 사실. 나는 한나의 부탁으로 나비와 벌을 잔뜩 잡아주었다. 한나는 내가 잡아준 것과 자신이 잡은 땅 속 벌레를 한 통에 모아두고는 노래를 했다. 날개 달린 벌레들은 한나의 노래에 맞춰 빙글빙글 통 안을 날아다녔다. 누군가 자신의 노래에 반응해주는 것을 처음 본 한나는 활짝 웃었다. 어찌나 활짝 웃던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가사가 '나는 나를 사랑해'로 들렸다. 한나가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탬버린을 치며 한나 노래에 박자를 맞췄다. 우리는 후렴구에 반복되는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가사를 '나는 나를 사랑해'로 전부 바꿔 불렀다.

에레핀은 코끼리처럼 생겼지만 물고기를 좋아한다. 실제 코끼리가 물고기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에레핀은 요리도 잘 한다. 내가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물고기를 잡아와도 맛있는 훈제 요리를 뚝딱 하고 만들어 준다. 우리는 볕이 좋은 어느 오후, 강변에 앉아 물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물고기를 잡느라 에너지를 많이 쓴 나는 배가 굉장히 고팠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아뿔싸 에레핀의 몫까지 몽땅 먹어버린 후가 아닌가!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망설이던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에레핀, 내가 너의 물고기까지 전부 먹어버렸어. 정말 미안해, 내가 잡아 온 물고기가 너무 작았지? 좀 더 큰 물고기를 잡았어야 했는데... 작은 것밖에 못 잡았어. 미안해..." 나는 사과의 표시로 가방에 있던 복숭아를 꺼내 건넸다. 에레핀은 복숭아를 받아 들고는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니야. 내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금방 사라진 거야. 어때, 정말 맛있지?" 미안하다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괜찮다는 것밖에 모르는 나는 에레핀의 따뜻한 유연함이 부러웠다. 미안해하는 상대의 마음을 달래주는 너그러움과, 이야기의 화제를 유쾌하게 전환하는 솜씨가 부럽다. "맞아, 정말 맛있었어. 근데 너 사실 훈제요리만 잘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 스튜도 잘 만든다구. 또 물고기 잡아와. 그러면 내가 끝내주는 스튜를 만들어줄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우리는 이렇게 실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 는, 동물의 숲 어플 <포켓 캠프> 이야기. 나에겐 13명의 동물 친구가 생겼다. 현실 세계의 친구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나는 그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지도 이 곳 저 곳을 바쁘게 누비고 다니며 과일을 따고 낚시를 하고 벌레를 잡는다. 이 모든 과정이 이렇게나 심플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동물 친구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 글의 마지막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로 맺고 싶지는 않다.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운이 좋은 순간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걸 알고 있다 해도, 그 마음은 언젠가는 변하고야 만다. 그 가변적인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란 어떤 이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일 지 몰라도 나에게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노래하는 한나와 고기를 구워준 에레핀의 사진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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