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이탈리아 02편
길가의 카페나 레스토랑은 어김없이 야외 테이블이 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야외 테이블은 자리 선택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이다.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한 잔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혼자 앉아 책을 보거나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야외 테이블이 만석이어도 실내는 자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의 길에서 흔히 보이는 광경이다.
야외 테이블 때문에 걷기가 불편하다는 불만은 그들의 표정에 없다. 그들에게 그것은 당연한 영업방식(?)이다. 그만큼 길은 그들에게 삶 자체인 셈이다.
넓지 않은 도로, 안그래도 좁은 인도는 카페나 레스토랑의 테이블로 더욱 좁아진다. 걷는 사람에게는 불편한 존재다. 마주오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간신히 지나칠 수 있다. 때로는 인도를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모두의 공간인 인도를 일부가 점령하고 있어도 되나?'하는 의문이 든다. '일부의 이익만을 위한 공공공간의 이용은 어느 도시나 다르지 않은건가?'하는 생각도 잠시, 혹시이것은 우리만이 가진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 '길'은 어디까지나 인도에 한정된 것이다. 사람은 인도로 걷고, 차는 차도로 다닌다. 그것이 서로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길의 사용법이다.
효율성을 위해 인도와 차도로 구분을 지어 놓았지만, 이들은 모두 '길'이다.
그리고, 길은 도시에서 가장 많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공공간이다.
좁아지는 인도를 걷기 위해서 잠시 차도로 내려설 수도 있다는 기본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길은 길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라지면 인도와 차도를 좀 더 효율적으로 구분짓기 위한 방법들만 난무하게 되지 않을까...우리처럼!
길을 있는 그대로 우리 삶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길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아닐까?
※ 이 글은 건축종합플랫폼인 '에이플래폼'에 함께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