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택씨, 오늘은 나가서 창문이나 닦으세요."
제대로 된 커피 한잔을 내릴 수 조차 없는 작은 바 안에서 나에게 툭 던져진 말.
마음이 부서지고 녹아진다.
매일같이 매정한 리드 바리스타의 코멘트에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더 단단해져 갔다.
'이 바 안에서 기필코 제대로 된 커피를 내려야지. 누군가에 인생 커피를 서빙하리라.'
정확한 도징(커피 분쇄계량)을 위해 커피를 추출할 때 소숫 자리 까지 표시되는 미세저울을 쓴다. 여느 때처럼 저울을 이용해서 추출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리드 바리스타가 나를 멈춰 세운다. 그리고는 저울을 낚아채 간다. 예고 없던 테스트다. 그는 포터에 커피를 갈아낸 후 물어본다 "몇 그램이죠?"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18.6g입니다.“
그가 저울로 계량을 한다. "오우, 은택씨 18.6g 맞네요.“
그날 이후 바 안의 온도는 달라졌다.
‘딱 커피 한잔’
적도 부근 높은 고도의 어딘가. 미명을 알리기 전 안개 자욱한 그곳에서 달콤한 체리모양의 과육 속 씨앗이 농부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잘 씻기고 잘 건조된 커피 체리 알알들은 산지를 멀리 떠나 각자의 쓰임에 맞춰 가열 차게 볶아지고 갈아지고 추출되어 한잔의 커피로 담긴다. 그 한잔에는 형용할 수 없는 수십 가지의 향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재미지고 미묘하며 역사적이기까지 한 커피 이야기, 이를 풀어 줄 남편이자 아빠이며 커피 바리스타이자 로스터인 기은택이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