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가르치지 않는 취업이야기 ep.2
자소서를 쓰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대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쓸 게 없어요.”
“제대로 된 경험이 없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현장실습, 동아리, 가족 안에서의 역할까지.
사람은 가만히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 시간 안에는 늘 무수한 선택과 감정과 행동이 있다.
그런데 자소서를 앞에 두는 순간,
그 모든 경험이 갑자기 작아진다.
“이건 누구나 하는 거잖아요.”
“이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이때 많은 사람들은
경험을 꺼내보기도 전에 스스로 평가부터 끝낸다.
그리고 그 평가의 기준은 대부분
‘합격할 만한 사람인가’가 아니라
‘떨어질 이유를 찾는 쪽’에 가깝다.
현장에서 내가 자주 마주하는 건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멈춘 사람이 아니다.
써도 의미 없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멈춘 사람이다.
자소서를 펼쳐놓고도
첫 문장을 쓰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는
결론이 나 있다.
“이 정도 경험으로는 안 될 거야.”
“괜히 써봤자 또 떨어지겠지.”
그래서 글은 시작되지 않는다.
경험을 정리하는 단계까지 가지도 못한 채,
스스로에게 먼저 탈락 판정을 내린다.
같은 경험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한 페이지를 채우고,
어떤 사람은 빈 화면만 바라본다.
차이는 경험의 크기가 아니다.
그 경험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시선이다.
나는 13년 동안 취업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자소서를 함께 써왔다.
그 과정에서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
자소서가 막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험을 평가할 자격이 자기에게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한 번, 혹은 여러 번 떨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 감각은 더 빨리 찾아온다.
자소서를 쓰는 일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증명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자소서를 고치기 전에
늘 이 질문부터 던진다.
“지금 당신은
자기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인가요?”
이 질문 앞에서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취업 준비는
사람의 자존감과 자기 인식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별거 아니라고 판단하며
서랍 깊숙이 밀어 넣었을 뿐이다.
자소서는
대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글이 아니다.
이미 살아온 시간을
다시 꺼내어 말로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이 정도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허락이다.
다음 글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멈추는 또 하나의 지점,
‘내 경험을 말하면 부끄럽다’고 느끼는 마음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자소서를 못 쓰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자기 이야기를 꺼내도 된다는 감각을
아직 되찾지 못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