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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Nov 28. 2022

엄마가 울어서 미안해

예정에 없던 셋째가 찾아온 순간

나에게 그날이 주는 의미


건강한 자궁을 가진 덕분에 매달 주기적으로 그날이 찾아옵니다. 저와 같이 가임기 여성인 엄마들에게는 한 달에 한번 그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날이 와서 피곤하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하는 건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산만한 배를 안고 애를 낳으러 간 게 벌써 두 번인지라, 저는 이제 생리통 정도는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그날이 제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이번에도 임신 없이 무사히 지나가는구나'입니다. 남편의 고집으로 아직 아기 공장이 문을 닫지 못했기에, 매달 그날이 왔을 때 약간의 안도감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큰 일 없이 이번에도 지나가는구나. 다행이다.'


저희 가족은 첫째와 둘째 모두 계획하에 무사히 가졌고, 건강히 출산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 육아에 지쳐서 잠시 잊고 살고 있지만,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큰 사고 없이 보낼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첫째와 둘째가 순탄했기에, 앞으로의 미래도 충분히 우리의 계획대로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왔죠. 


첫째와 둘째가 주는 행복으로 저희 가족은 이미 벅찰 만큼 가족이 꽉 찬, 풀 하우스 느낌이 듭니다. 물론 저와 제 남편도 둘 이상의 육아는 우리에게 부담이 될 거라고 믿는 겁쟁이이고요. 그래서 저는 둘째가 커가면서 필요 없어지는 모든 육아 용품을 과감히 나누거나, 버려왔습니다. 더 이상의 갓난아기 육아는 내 인생에 없을 거라 확신했던 거지요. 뭘 믿고 그렇게 자신 있었을까요? 



엄마가 울어서 미안해


주말 내내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김장하러 올라간 친정에서조차 마음속의 작은 불안함을 숨길 수가 없던 거죠. 계획임신만 해왔던 저희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임신은 솔직히 적지 않은 놀라움으로 느껴질게 확실하니까요. 월요일 아침, 다른 아침과 똑같이 일어나서 아이들과 밥도 먹고, 등원 준비도 잘 마쳤습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어요.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애써 떨쳐내려고 집안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남편이 전화를 했죠.


"여보, 나도 느낌이 뭔가 좀 싸한데... 테스트해보는 게 어때?"


남편에게도 이상한 느낌이 왔다네요.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저도 남편도 너무 답답했습니다. 바로 집 앞 약국으로 가서 임테기를 하나 사서, 집으로 오자마자 테스트했죠. 테스트를 하기 전까지는 제 자신이 정말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설마 임신이어도, 난 괜찮아. 잘 키울 수 있어. 아니어도 좋고.' 세뇌시키다시피 몇 번을 말했습니다. 


임신테스트기 설명서에 나온 5분은커녕, 채 30초도 되지 않아 결과는 나왔습니다. 눈앞에 선명한 두줄을 마주하니, 다가올 현실도 덩달아 마주하게 되었죠.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저도 모르게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이 아닌, 걱정의 눈물과 놀람의 눈물이 뒤섞여 있었죠. 그렇게 펑펑 울며 몇 분을 통화하고 나니,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생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산부인과를 먼저 찾아보았고, 아이를 위해 챙겨 먹을 엽산을 알아보았죠. 


셋째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셋째를 낳을 경우 또 나눠줘야 할 사랑 때문에, 지금 우리 아이들이 더 외로워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큽니다. 지금도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은데, 이마저도 나눠줘야 한다니. 엄마 마음대로 낳아놓고, 최선을 다해서 돌봐주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마저도 듭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셋째의 존재를 알게 되고 펑펑 울었던 게 가장 미안하네요. 


"기쁨과 축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부족한 엄마라서 미안하구나. 엄마가 더 큰 그릇이 돼서, 더 많은 사랑으로 채우면,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지. 그래 울지 않고, 내가 더 노력해볼게. 오늘 엄마가 울어서 미안해.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 정말 고맙다."


근데, 내년 텃밭 농사는 임신한 몸으로도 지을 수 있을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에 한동안 잠 못 이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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