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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나 Nov 15. 2024

내년엔 나도 비키니녀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은 다 모여라

단톡방 중 제일 건강한 나의 단톡방 이름이 "내년엔 나도 비키니녀"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날씬해지려면 살을 빼야 하고,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서로의 식단을 신경 써주고, 함께 운동하고, 힘들 때는 서로 격려도 해주는 건강하고 따뜻한 모임이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나는 하루종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러다 보니, 눈도 아프고, 목과 어깨도 뻐근하고, 몸이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기 일쑤였다. 이제 진짜 운동을 좀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아파트 공고문에 붙은 줌바댄스 회원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기나긴 망설임 끝에 모집 마지막 날 용기를 내어 공고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쿵짝쿵짝 쿵따리 샤바라 빠빠바"

첫날 시간을 잘못 알아서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첫 번째는 심장을 울리듯 큰 음악 소리에 놀라고, 두 번째는 번쩍이는 화려한 조명에, 세 번째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아서였다. 뒤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선생님이 하는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데, 발동작도 안되고, 손동작은 더 안되고, 몸과 마음이 따로였다. 거울에 얼핏 보이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생애 첫 댄스 도전인 줌바댄스 수업이 시작되었다.




시작이 어렵지. 이왕 시작했으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안 되는 몸이지만 헥헥거리며 참 열심히도 흔들어댔다. 그 모습이 좋게 보였는지 총무언니가 선생님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를 지정해 줘서 더 편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나이가 들면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줌바댄스로는 부족하니 헬스를 해야 한다며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나도 조금 생각은 있었지만,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지라 시간이 괜찮을지 모르겠고, 제대로 헬스장을 다녀본 경험이 없어서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확실히 결정을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눈을 번뜩이게 하는 이름의 단톡방에 강제 초대되었다. 그 단톡방 이름이 "내년엔 나도 비키니녀"이다. 그렇게 함께하는 운동모임이 시작되었다.


10시에 줌바댄스가 시작되고, 50분에 끝이 나면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바로 헬스장으로 향한다. 멤버는 7명인데, 그중 세명은 PT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나머지는 거의 처음이었다. PT선배들은 트레이너 못지않은 열정과 실력으로 초보자인 나를 가르쳐 주었다. 워낙 운동을 안 했던 터라 하는 운동마다 상당히 버겁고 힘이 들었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달라져가는 내 모습을 보며 나도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벌써 몇 달의 시간이 흘렀고, 우리의 건강하고 따뜻한 모임인 "내년엔 나도 비키니"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뭐, 어떤 날은 땡땡이치고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커피 마시러 가고 그러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운동의 끈은 놓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어쩌다 내가 피곤해서 운동을 못 나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단톡방이 울린다.


 "언니~! 우리 내년에 비키니는 못 입어도 나시라도 입어야죠! 얼렁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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