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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25. 2015

충분하면 되는 관계에 대하여.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공부하면서 가장 제가 좋아했던, 도널드위니컷의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라는 개념이 있어요. 아이가  좌절과 공격성, 상실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때 엄마가 공감해주고 안아주는 환경이 되어줌으로써 든든한 지지가 되어주면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어요. 아이에게 정말 좋은 엄마는 모든것을 완벽하게 제공하는 엄마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모성본능에 따라 아이와의 애착관계를 맺는 충분한 정도의 엄마면 된다는 것이 위니컷이 생각한 좋은 엄마였죠.

그런데 우리는 나도 모르게 완벽함을 꿈꾸게 되는 것 같아요. 완벽하게 아이의 필요을 다 채워주는 엄마, 항상 받아주고 또 필요한 자극을 빠짐 없이 주는 엄마..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는 그럼 엄마요.

그래서 자연분만이나 모유수유가 잘 되지 않을때,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이 날때, 우리 아이의 발달이 느린것 같을때, 다른 엄마에 비해 좋은 교육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 같을때 우리는 스스로가 완벽하지 못한 나쁜 엄마라고 느끼곤하죠.

그런데 내가 아이에게 완벽하게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은  아이 역시 나의 기대를 채워주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아이도 내가 주는 것에 맞추어서 반응해주기를, 따라주기를 바라게 되는거죠. 하지만 내가 완벽할 수 없듯 아이도 나의 기대를 만족시킬수는 없어요. 그러다보니 나도 아이에게 실망하고 완벽하게 아이를 이끌지못하는 나를 탓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가장 중요한 '관계'마저 깨어지게 되요. 저는 이런 경우를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도 많이 느낀답니다.

세상에 완벽할 수 있는 존재가,그러한 관계가 어디에 있겠어요. 아이가 나의 기대를 채울 수 없듯, 나 역시도 누군가를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자꾸 생각해보아야할 것 같아요.

"부모, 특히 어머니는 많은 해를 끼치는 사람이다."(1988) 라는 보울비의 말이 있어요. 저는 엄마가 아이에게 완벽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아이에게 결정적인 상처나 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주도권을 전부 앗아가거나, 아이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는 일, 아이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는 것, 때리고 학대하는 것 등.. 아이에게 결정적인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평균이상의 좋은 부모라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 좀 다 완벽한 대상이 되어주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기로 노력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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