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잉맘 이다랑 Feb 10. 2017

#11. "괜찮아 무서운거 아니야" 라고 하지말자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



아이의 감정을 읽어줘야지! 아이에게 공감해줘야지! 라고 결심하지만 막상 아이와 놀이하는 짧은 순간에서 마저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앞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듯이 엄마아빠는 자신의 감정을 읽는 것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 상담장면에서 아이의 감정을 마주했을때 말문이 턱 막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 쉽게 보이고 읽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간혹, 다른 엄마는 아이에게 공감도 잘해주고 감정표현도 잘 도와주는데, 자신은 공감은 커녕 늘 화만내게 된다고 고민하는 엄마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 차이는 나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살아오면서 감정에 대해 경험한 양의 차이이고, 따라서 연습과 배움을 통해 조금씩 늘려갈 수 있다. 

오히려 내 생각에는 섯불리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더 실수하기가 쉬운 것 같다.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놀이와 감정을 맘대로 해석하고 판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상생활보다 더 시도해보기 좋은 <놀이장면>에서, 보다 편하게 감정읽기를 시작해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1) 별거아니라고 축소시키지말자

아이에게 감정을 잘 읽어줘야지! 라고 결심하는 것도 좋지만, 실은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때 그것에 대해 '별거아니야' '괜찮아' 라고 쉽게 축소하거나 무시해버리지만 않아도 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즐거움 같은 좋은 감정을 표현을 할때는 머물러주는 것을 어려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가 무섭다, 라든가 싫어, 속상해, 미워 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곤란함을 느낀다. 그래서, "괜찮아, 무서운것 아니야" "괜찮아 별거 아니야" "엄마가 사탕줄까?" "그렇게 말하면 인형친구가 속상해" 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축소시키거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리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공감을 한다는 것은 그냥 아이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거나 위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예민하고 민감한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할 때)별것도 아닌것에 무섭다라는 반응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 감정이 별거 아니거나, 틀렸다 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게 되면, 점점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을 잃게 된다. 실제로 예민한 아이에게는 그 별 것도 아닌것이 두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나쁜 행동을 눈감아주거나 응석을 받아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가 그 순간 표현하는 감정을 다른것으로 빨리 돌리려고 하거나, 별것 아니다 라고 반응하는 것을 조심하자는 것이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잘못이 될 수 있으나,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잘 못된 것은 아니니까. 

+ 아이가 사소한 것에도 불안해 하고 두려워한다면,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공감하고 받아주어야 하는건지 고민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극세사 같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하루에도 몇십번씩 '무서워'라는 이야기를 듣고 산다.ㅜ 받아주자니 계속 이렇게 생각할까봐 두렵고, 사실을 이야기하며 안도하게 하려니 아이의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될 것 같다. 감정을 읽어준다는 것의 진짜 목적은 단지 그냥 받아준다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그래서 아이가 두려움을 이기게 권하고 도와주고 알려주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아이의 두려움에 대해 매번 객관적 사실을 설명해주고 설득하려고 하면 아이는 요즘말로 <팩트폭력>을 당하는 기분이 들 수 있다.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설득당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면 누군가가 설명하고 설득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진정시키는 힘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렇구나, 그렇게 느낄 수는 있겠다. 라고 짧지만 진심으로 공감을 표현하는 단계를 넣는 것이 그렇게 길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사실은 사실이더라도 우선 감정을 그럴 수 있다라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인정해주는 것은 어떨까?


2) 행동을 읽어주기를 먼저 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감정을 좀 더 잘 살펴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면 우선은 아이의 감정이 아닌 행동을 읽어주는 것을 시작해보자. 아이와 놀이하고 있을 때,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중요한 아이의 행동들을 거울처럼 보여주 듯이 읽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해석이나 판단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아이가 블럭을 쌓고 있을 때, "노리가 블럭을 쌓고 있구나"라고, 아이가 블럭이 자꾸 무너지는데 반복해서 쌓아올리고 있는 장면이라면, "노리가 자꾸 무너져도, 또 다시 열심히 쌓아올리네" 라고 표현해 주면 된다. 단, 아이의 모든 행동을 옆에서 중계하듯 계속 읽어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행동을 거울처럼 읽어주는 것은, 엄마가 나의 놀이를 지켜봐준다는 관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크게 간섭하거나 해석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에게 잘 반응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3) 파악이 되는 것만 적당히 읽어주자


아이의 모든 감정을 우리가 다 알아챌 수도 없고 다 공감할 수도 없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아이가 하는 말을 100% 이해못할때도 많지 않은가? ㅎㅎ 모든 감정을 반응해주려고 욕심부리다보면 자칫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는 모양이 되기 쉽다. <아이가 블럭을 쌓다가 넘어트렸다 자꾸 반복하다가 결국 짜증을 낸다> 이런 상황과 같이 명백하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파악될때 반응해주는 것 만으로도 우선은 충분하다. 또한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드러낼때 그것이 별거아니라고 축소시키지만 않아도 된다. 

4) 엄마의 감정도 표현해보자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편안하게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면,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 그것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네가 속상하다고 하니 엄마도 속상하다"
"네가 고집부려서 엄마가 너무 난처해"
"네가 열심히 자꾸 하는 걸 보니 엄마가 기쁘다" 

별 것 아닌 말이지만, 입밖에 자연스럽게 내뱉긴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엄마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듣는 아이는,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또, 그렇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던지거나 떼를 쓰는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을 배워간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그토록 어려워하는 정서조절의 시작 아닌가? :)



공격적인 놀이, 괜찮을까?

놀이와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할때 빠질 수 없는 부분중 하나는 바로, 공격적인 놀이에 대한 부분이다.
아이가 놀이를 하다가 던지거나 공격하는 스토리를 보여줄 때 불편하다는 엄마들이 참 많다.

특히 엄마와 아이의 놀이를 분석하다가 종종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아이가 공이나 로보트 공룡등을 가지고 놀때 시작도 하기 전에 불편해 하면서 미리 제한하는 모습이다. 물론,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며 사람을 때리거나 폭발스럽게 부수거나 하는 경우, 보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보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공격적인 놀이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격성은 사랑과 같이, 인간에게 꼭 필요하고 건강한 적응을 위해 필요한 것 중에 하나이다. 공격성이 있어야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며, 자신을 다른 외부 공격으로 부터 지킬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격성이 평소에 조금씩 건강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한꺼번에 터지거나 왜곡되어 터져버릴때 이다.

아이가 놀이안에서 공격하기도 하고 공룡을 떼려부수기도 하고, 적을 향해 공을 던지기도 하는 스토리는 지극히 정상이지며, 오히려 꼭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서 아이는 놀이를 통해 마음에 있는 근본적인 불안함이 두려움, 그리고 긴장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치료장면에서는 그런 공격적인 놀이를 활용해서 아이가 더 많이 표현하고 해소하도록 돕기도 한다.

아이가 화가나서 블럭을 던지는 것과, 아이가 적을 공격하기 위해 블럭을 던져서 맞추는 것은 완전히 다른 장면이다. 아이가 감정을 비뚤어지게 표현하거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하게 표현하는 것은 바로잡고 알려줘야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놀이 자체에서 이 모든 것이 금지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이 방 안에서만 하자"
"바닥은 큰소리가 나니까 매트위로 던져보자"
"공룡은 되지만 사람에게 던지는 것은 안돼" 
라고 놀이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경계선을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고 나서는 놀이중에 혹시 아이가 흥분해서 경계를 벗어났을때, 바로 그 순간에 잠시 스톱!을 하고 다시 이야기 하주는 것이 좋다. 아직 실제로 하지도 않았는데, 반복해서 제한이 들어오면 아이는 지나치게 간섭받는 다고 느끼게 되고, 그 놀이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자꾸 감정을 받아주면 
아이가 약해지지 않을까? 


또 한가지 놀이에서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에 대해 엄마들이 갖게될 의문중 하나는, 감정을 자꾸 받아주면 아이가 응석을 너무 부리거나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감정을 알아주고 읽어준다는 것은, 아이의 모든 감정을 다 수용해주고 받아준다는 것과는 다르다. 아이에게 맞춰주면 아이에게 끌려다닌다고 피드백을 주신 분이 있는데,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는것이 아이에게 끌려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준다는 것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까지 다 맞다고 받아주는 것과는 다르다. 감정은 맞지만 행동을 틀린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놀이를 하다가 만든 것을 동생이 와서 다 부셔버렸다. 아이는 화가 나서 모든 장난감을 동생에게 다 던지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이가 동생때문에 화가 난것, 그 감정이 잘못된걸까? 화가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 공감해준다고 해서 행동도 수용한 것은 아니다. 네가 화난 것은 이해하지만, 네가 그것을 던지면서 표현한 것, 그 행동이 잘못된 '행동'일 뿐이다. 훈육에 있어서도 이 두가지가 구분이 되어 아이에게 전달될 때, 이 언어가 자꾸 누적되면 아이의 협력이 더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에 대해 너무 염려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아는 공감은 그냥 감정을 받아주는 것만이 아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인 해결방식까지 포함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10.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장난감을 주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