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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02. 2023

뇌는 발달하지만 행동은 이상합니다

사춘기가 오려고 하는 아이의 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문득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11살 아이의 어깨가 어제보다 더 넓어진 것 같고, 농구공을 튕기며 친구들과 걸어가는 것을 볼 때 어쩐지 내 품에 있던 그 아이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엄마~아 하고 전화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귀엽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할 때 아이의 뺨을 보면 솜털이 아직도 뽀송하게 올라와있다. 유아와 청소년 사이, 이름을 붙이기 조금은 애매한 시기 - 이제 막 새로운 성장이 시작된 아이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법 자라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아이 같은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비슷하게 혼재한다.  오늘은 사춘기 무렵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려고 한다


아이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뇌는 인간의 신체기관 중 가장 대단하고 어렵고 복잡한 영역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뇌에 대해 배울 때마다 한글로 공부해도 어려운데 영어로 보려니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뇌는 정말 복잡한 기능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는데, 이 기능들이 모두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대부분 완성형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크게 두 번의 <급성장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 구간은 아이가 태어나서 3세까지이다. 처음 아이는 뇌의 30% 정도만 완성된 채로 태어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자극을 경험하면서 미친 듯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한다. 앞으로 무엇을 경험하고 적응해야 할지 모르니 일단 되는대로 최대한 영토를 넓혀두는 것이다. (성인의 1.5배 이상) 그런데 이렇게 땅만 넓혀두면 관리하기만 어렵고 쓰지 않는 것까지 돌볼 수가 없다. 그래서 효율화 작업을 해야 한다. 즉  잘 사용하지 않는 곳은 가지치기하듯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서 뇌는 점점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구간인 3세까지 아이는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몸을 움직이며 감각을 느끼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위주로 뇌를 집중발달시키게 된다. 이 시기 아이들의 뇌발달은 아이에게도 즐거운 과정이고 부모에게도 반가움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사춘기가 올랑말랑 :
뇌의 두 번째 발달폭발 구간


그리고 다시 두 번째 뇌 발달 폭발 구간이 찾아온다. 바로 이때가 10대 초반, 사춘기가 올랑말랑 하는 바로 그 시기이다! 앞서 1차 발달시기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했던 사회적 기능, 인지기능, 충동 조절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발달시키기 시작한다. 특히 전두엽이라는 영역이 이 시기의 발달포인트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 마음에는, 큰 물음표가 찍힐 것이다. 뇌가 발달하는 시기인데, (심지어 사회와 인지, 조절기능이 발달하는 시기인데) 아이는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건가요?라고 말이다. 영유아기를  지나며 그나마 안정적인 시기를 보내던 아이가 오히려 이 두 번째 뇌발달 구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빛에 힘이 들어가고 말대답을 시작하며, 시시때때로 삐지고 화내고 우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아이는 이제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이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평온했던 상태에서 발달버튼은 눌러졌는데 휘젓기만 하고 아직 완성은 되지 않는 대 혼돈의 시기인 것이다. 필요 없는 땅을 열심히 정리하면서 얼마나 바쁘겠는가.



뇌는 발달하지만 행동은 여전히 이상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소위말해 사춘기 증상이라고 보는 행동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 특성 중에 하나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이 잘 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별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놀리냐며" 울거나 삐지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면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 것도 쉽게 이해하지 못해서 분노를 강하게 표현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미리미리 계획하고 멀리 보며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본인은 할 수 있다고 우길 수 있겠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비현실적이고 달성할 수 없는 계획을 만들거나, 나중에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이의 외관에서 청소년 같은 모습과 아이 같은 모습이 공존하듯, 내면에서도 동일한 모습이 나타난다. 이전보다 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면서 동시에 더욱 어설프고 미숙한 모습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게다가 이러한 행동을 더욱 강하게 촉발하는 기름이 함께 부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호르몬이다. 그중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남성호르몬- 여자아이들에게도 나옴)은 편도체라는 영역에 영향을 주면서 공포나 불안에 대한 예민함을 높이거나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이 그럴 수밖에....



사춘기 아이를 바라보며
가져야 할 부모의 생각 3가지


아이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이는 어찌할 수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1년 정도 지나며 자연스럽게 걷고 말하게 되듯 비슷한 발달이 시기에 맞춰 나타날 뿐이다. 당연히 일어나야 하는 일이고 없으면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부모인 우리가 가져야 하는 생각이 있다.


"아이가 이상해졌어"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아, 드디어 두 번째 뇌발달이 시작하는구나"라고 고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 변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고 부모로서 내가 해야 하는 적절한 반응을 새롭게 배워 적용할 수 있다


둘째, "일부러 저러는 거야 지금?"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그래, 자기도 어쩔 수 없는 거지"라고 바라봐주면 좋겠다. 쟤 지금 일부러 나 열받게 하려고 저러는 거야라고 생각해 봤자 고통스러운 것은 부모 자신이다. 사실 아이의 뇌와 호르몬이 일으키는 일, 그 어설픈 과정에 아이가 퐁당 빠져있는 이 상황을 아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이 발달이 잘 끝날 때쯤 아이가 좀 더 성숙한 단계로 맺음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거야"라고 생각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뇌 발달과 호르몬으로 인해 찾아오는 아이의 불안과 공격성은 어느 정도 표현되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아이가 사춘기인지 모를 정도로 너무 순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아이가 제때 느껴야 하는 고민과 갈등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모든 발달은 인간의 시계에 따라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고 새어 나오는 것이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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