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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Oct 20. 2015

그래도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자꾸만 뒤쳐지는 것 같아 초조한 나와 엄마들에게




육아를 하다가 일주일에 한번 일을 하러 나갈 수 있게 되었던 때가 생각난다.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까지도 나보다 저만치 앞서갈때, 나는 그때쯤에서야 처음으로 세상에 다시 나가게되었었다. 무급으로 일주일에 한번 자원봉사처럼 나가는 자리.. 그나마도 하루 그렇게 나오기 위해서는 친정엄마 때론 언니의 도움까지 받아야 했기에  감지덕지 였다. 아침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참으로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 그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에 다시 나오기까지 참으로 오래걸렸다.



하루종일 웃으며 일했지만 마음이 쉽지는 않았다. 상담자원이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잡무도 하고.. 대학교 다니며 봉사처럼 했던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것이, 경력단절이 길었던 그때의 내 상황에서는 어쩔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리고 각오하고 간 일이었지만.. 자꾸만 작아진 마음.. 손해본것 같이 느껴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 따라잡을 수 없을것만 같은 공백이 내 마음을 짖눌렀다.



그때 부터 시작해서 다시 이만큼이라도 자리를 잡았지만 가끔씩 내 마음엔 초초함이, 비교함이 찾아온다. 가끔은 미스이면서 자기개발도 열심히하고 시간도 자유롭게 쓰는 동료들을 볼때마다, 시간도 돈도 나만을 위해서는 충분히 쓸 수 없는 상황을 원망할때가 있다.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아가씨때와는 달리 아이를 재우고 나면 이미 기력이 다해버린 몹쓸 체력때문에, 제대로 일을 끝마치지 못할때마다 초조하고 부끄럽고 화가날때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본다.
그래도 만약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이렇게 내가 나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지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두번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나의 인격의 바닥을
절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내가 그냥 흘러보낸 시간과 물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이의 웃음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지금 느끼는 것 만큼 나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절대적이고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더 좋은 모습으로

바뀌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 이다.


엄마라는 그 이름은,
내게 많은 무게감을 주었다.
내가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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