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할머니가 알려준 여성의 성공 법칙

나는 나를 믿어야 한다.

by 배추도사
<뒤에 올 여성들에게> 저자 마이라 스트로버


나는 나를 믿어야 한다. 짧은 사회생활, 앞으로도 커리어를 잘 다져가기 위한 배움이다. 우습게도 나는 딱 한번 나를 믿었다. 올해 퇴사를 할 때 말이다. 꽤 오랫동안 퇴사를 결심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이유는 갈 곳을 구해두고 나가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우리 회사만 한 데는 없다'는 안일한 말과 백수가 되면 내가 얼마나 작은 미물 일지 알게 될 거라는 말들 때문이었다. 이러저러한 말들에 갈팡질팡 하며 이백여만 원의 월급의 노예가 된 나는 어느 날 나에게 확신이 생겼을 때 회사를 나왔다.


퇴사를 한 날 친구는 자기 자신을 위한 용기 있는 첫 결정에 축하한다고 했다. 다가올 구직의 고통, 월급이 당장 없어 쪼들려 걱정이 되지만, 퇴사를 결정하고 백수 생활을 하는 요즘, 행복한 이유는 처음으로 내가 나를 믿어서 내린 결정을 했고 내가 나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주변에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근데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그렇게 되고 싶던 기자 준비도 그만둔 것도 계속 중소기업만 찾아 이직 문을 두드린 것도 '감히 내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나서 한 친구가 '넌 그 시험 끝까지 공부했더라면 뭐라도 됐을 거 같아'라는 말은 나를 뼈아프게 했다.


서른 살 막바지. 호기롭게 퇴사를 하고 이제 나는야 훨훨 날 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도 한순간. 10년간 '감히 내가'병이 도져서 이력서를 쓰면서, 더 큰 커리어를 계획하는데 주저하게 됐다. '지금 유학을 가게 되면 나는 노처녀가 되나'라는 생각, '내가 잘하는 게 별로 없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며 한없이 나를 낮게 보곤 한다. 그러다 순간 27살의 나를 마주한다면 어떤 말을 할까 고민했다. 아마 지금도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때이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네가 원하는 거면 고집을 부리고 끝까지 해도 된다'라고 말했을 거다. 이 말은 지금 주변에 언니들에게 커리어 고민을 하면 하나같이 해주는 조언과 똑같다.


얼마 전 <뒤에 올 여성들에게>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스탠퍼드 대학원의 최초의 여성 경영학 교수이자 평생 성차별과 싸워온 마이라 스트로버가 직접 쓴 자서전이다. 왜 여성과 남성이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지, 남성이 일하는 직종이 왜 여성이 일하는 직종의 임금보다 높은지 등을 기존의 학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논문으로 쓴 이유. 역사상 여성을 교수로 두지 않는 대학원 교수직을 힘겹게 쟁취한 과정, 그 사이 남편이 원하는 아내상이기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한 투쟁도 쓰여 있다. 책 서문과 저자의 말에서도 쓰여있듯 이 글은 여성 연대를 그리고 있지만 나는 그녀의 투쟁 과정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진로 결정, 논문 주제, 가정에서의 자신의 역할 등 세상의 기준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기준을 두고 실천한 그녀의 모습이 '내가 감히'라고 습관적으로 하는 내게 죽비를 때리는 책이었다.


"나는 샘의 우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고, 내 길에 열중했다. 돌아갈 수 없었다. (중략) 하지만 나는 이제 잠긴 문을 드라이버로 따는 여자가 아니라, 처음부터 활짝 열린 새로운 문을 만드는 것을 배워가는 여자다."

새해가 밝기도 했고, 첫 퇴사 후 다짐은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를 믿을 것. 방심하는 사이 '나보다 잘난 사람들도 많은데', '나도 이제 철 좀 들어야지' 이런 생각 퍼뜩 들겠지만 그럴 때마다 <뒤에 올 여성들에게>에서의 마이라 스트로버를 기억해야지. 아침에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책장에 꽂힌 이 책을 볼 때마다 미국에서 80세 할머니가 온 힘을 다해서 소리를 치는 거 같다. '네 길에 열중해,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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