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추도사 Aug 10. 2021

떡상할 회사의 채용 과정 공통점 4가지

90년대 지원자에게 확신을 주는 채용과정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각 다르다. 안네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채용시장에도 적용된다. 지원자에게 확신을 주고 간절하게 만드는 회사의 채용과정은 비슷한데, 합격해도 가기 싫은 회사의 요소는 저마다 달랐다.


지난 8개월간 IT 서비스 기획자, 콘텐츠 매니저,  SaaS세일즈, 브랜드 기획자 직무로 금융과 IT 스타트업과 대기업, 글로벌 기업에 이력서를 냈다. 서류부터 과제 최종면접까지 단계를 밟을수록 더욱 간절해지고 회사의 성장을 확신하는 채용과정이 있었다. 그 회사들은 앞으로 수많은 인재를 빨아들여 곧 시장에서 인정받고 급성장하겠구나 싶었다. 그들의 채용과정의 공통점 4가지를 추려봤다.

1. 상세한 공고문

기본적인 게 제일 중요하다. 좋은 공고문은 길고 상세하다. 꼭 쓰여있어야 하는 것은 1)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왜 기회인지(회사가 지원자에게 제공 할 리소스) 2) 당신이 들어오게 되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probation기간부터 입사 6개월, 1년 차마다 배울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쓰면 최고다) 3)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은 어떤 이들이며 이들이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은 무엇인지 4) 채용하려는 사람이 갖고 있어야 하는 역량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5) 지원자가 이 회사에서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이다.


이유와 근거, 요구사항이 명확한 공고문을 읽으면 앞으로 이 회사에서 보낼 미래가 눈앞에 그려지면서 얼른 회사에 입사해 성장하고픈 두근거림으로 지원 의욕이 타오른다. 동시에 어떻게 실무자들을 설득시키고 매력적으로 보일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스토리라인을 짠다. 원하는 것이 명확하니 그에 맞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쓸 수 있다.


반면 공고문을 읽어도 전혀 설레지 않는 기업들이 있다. 지원자격과 하게 될 일을 간단하게 쓴 공고문이다. 몇 년 동안 우려먹는듯한 복붙 공고문은 별로 의욕이 안 난다. 회사명을 지우면 도대체 어느 회사의 공고문인지 가늠이 안 되는 채용 공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원자도 다른 회사에 냈던 이력서를 복붙 해서 내게 된다. 애초에 이런 회사들은 쓰지 않다가 구직이 조급 해지는 날 보험 삼아 이력서를 낸다.


정말 좋은 사람을 뽑고 싶다면 채용 공고문을 쓸 때 담당 팀장이 앞으로 3개월, 6개월, 1년간 어떤 것을 배울지 타임라인을 써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은 어떤 경험을 해온 사람인지도 써줬으면 좋겠다. 이는 성의 있는 이력서를 받기 위한 수많은 지원자에 대한 예의다. 수많은 채용 공고를 읽으면서 공고문을 쓴 담당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회사 한곳이 있다. 1) 레몬베이스 콘텐츠 매니저 


(대기업보다는 인력이 한 명이라도 소중한 스타트업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 공고문이 많다.)

2. 면접비, 과제비를 준 회사

엄연히 회사와 지원자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아니다. 누군가가 시간을 내고, 그들의 판단을 위해 과업을 시켰다면 당연히 대가를 줘야 한다. 요즘은 비대면 면접이 늘었지만, 현장 면접이 잡히면 지원자가 회사로 찾아간다. 오후에 일정을 잡혔는데 현직에 있다면 연차를 내고 다녀온다. 교통비도 든다.


요즘은 1차 면접 후에 지원자에게 과업을 주는 과제 전형을 도입한 회사도 많이 생겼다. 대부분의 IT회사는 과제를 줬다. 기획자직은 비즈니스를 분석 및 제안서 작성, 경쟁사 2~3곳과 자사의 ux/ui를 분석하기, 마케터는 뉴스레터나 콘텐츠를 썼다. 이것들은 적어도 하루 이틀은 투자해야지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온다. 실제로 본업에 있는 사람들도 하루 이틀 일해야 하는 분량이다. 이러한 과업을 회사 측이 자신들의 판단을 위해서 지원자에게 요청한다면, 그 과업이 새로운 창조물이어야 한다면 최소한의 수고비를 줘야 한다.


채용은 당연히 비용이 든다. 나는 탈락하더라도 현장면접을 봤거나 과제를 한 회사면 면접비나 과제비가 없냐고 물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런 거 없다'라고 말하는 회사는 앞으로 일할 때 비용 문제든 연봉협상이든 어떨지는 예상됐다. 이미 지원자는 서류부터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까지 냈는데도 회사 측이 확신을 못한다면 이것은 평가 시스템의 문제다.


50여 명 규모의 스타트업 IT 회사의 커뮤니티 매니저 지원과제로 이틀간 콘텐츠 하나를 작성했다. 이 회사는 말일에 정확하게 직전 연봉에 비례해 이틀 치를 수당을 줬다. 또 한 회사는 면접이 끝나고 엘리베이터에 나와 인사하면서 연차 내고 왔을 텐데 감사하다며 2만 원 정도를 주며 '작은 돈이지만 그래도 면접 보느라 수고하셨으니 맛있는 거 드시라'라고 줬다. 매번 내돈내고 면접 보고 다니며 과제를 하다가 그 성의에 뭉클했다. 반면 많은 회사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지원자의 열정을 맞바꾸려고 한다. (수고비가 아니더라도 돌아갈 때 회사의 제품, 스타벅스 기프티콘, 일정 금액을 하는 것도 위로가 된다.) 지원자와 회사로 만나긴 했지만 그전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고 인지상정이 있어야 한다.

3. 피드백을 기꺼이 해주는 회사


'제출해주신 과제를 현업 담당자분들과 함께 면밀히 검토하였으나, 아쉽게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말로 시작하는 이메일을 여러  받았는데  문구를 읽으면 아쉬움보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면밀히 검토했으면 이왕  줄로라도 어떤 점에서 회사 직무 스타일과 다르다고 느꼈고 아쉬웠는지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회사도 여러 지원자를 탐색하듯 구직자도 여러 회사에 지원한다. 이전 면접이나 과제에서 부족한 점을 안다면 다음 면접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면접에서 어떤 점 때문에 채용을 하지 못했는지 알려주는 건 다른 회사 면접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역량을 쌓아야 할지 염두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나는 구직 초반 한 회사에서 탈락하면서 매니징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으면서 누군가를 이끌고 북돋는 역할을 잘하고 싶다는 개인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회사는 면접에서 롤플레잉, PT 등 다음 평가 요소로 넘어가기전 무엇이 좋았는지, 이렇게 하면 더 좋을거 같은데 지원자 생각은 어떤지 서로 대화를 했다. 이 면접 내내 입사하면 좋은 피드백으로 성장 할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면접은 소통이다. 이를 누군가가 열심히 듣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성장과 직결됐다면 지원자도 회사에게 고맙다. 서류는 지원자가 많아 불합격의 근거를 모든 지원자에게 다 알려줄 수는 없을 테지만, 면접은 어느 정도 지원자가 추려진 상태고 30분~1시간 정도 긴 시간을 이야기하는 만큼 탈락 사유를 짧게라도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된다.

왼쪽은 이틀간 과제를  한 후 받은 메일인데 피드백을 못받아서 아쉽고 답답했다. 반면 오른쪽은 면접에 진심으로 임했지만 개선해야 할 점을 알게 돼 감사하고 개운했다.


4. 구직자의 '능력'에 초점을 맞춘 '대화'

면접의 칼자루는 회사가 잡고 있다. 그 말은 면접관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지원자가 역량을 잘 드러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면접을 대화하듯 시작한 면접관 앞에서는 후회없이 역량을 설명한 반면, 토익스피킹 시험 보러 온듯한 분위기는 말만 더듬고 대답도 단편적으로 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면접관은 이력서,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고 그 자료 안에서 예리하고 결정적인 질문을 했고, 답변을 듣고 다시 질문을 하며 나를 파악 했다.


반면 면접관의 자리가 커리어 외 모든 질문을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구직자의 능력과 무관한 질문을 하는 것은 면접 내내 의아함을 안고 임하게 했다. 예를 들어 백수기간이 8개월이 됐는데 그동안 뭐했는지 묻는 게 불편했다.(백수와 은퇴자에게 대뜸 뭐하고 사세요 라는 질문은 실례일수 있다. 백수를 선택한 삶이 궁금하다면 정중하게 어떠한 이유 때문에 알고 싶은지 묻는 게 좋다) 또 지금 면접보고 있는 다른 회사를 알려달라는 것도 무슨 역량을 보고자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회사 입사 일정 조율 때문이라면 합격하고 조정해도 되는 것이다) 어디 사는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지 묻는 면접을 볼 때는 순간 맞선을 보러 온 건지 면접을 보러 온 건지 의아했다.


본격적인 면접 전 부드러운 대화로 시작하고 면접관이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것도 긴장을 풀고 대화하는 마음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 또 오늘의 면접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몇 분 정도 볼 것인지 개괄적으로 안내하는 것도 감사했다. 반면 요즘은 화상면접이 많은데 빠르게 짧게 인사만 하고 바로 1번 질문으로 돌입하는 면접관이 있는데 문득 토익스피킹을 보기 위해 컴퓨터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화상면접이라 짧게  날씨 이야기나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로 시작만 해도 긴장했던 마음이 녹는다.


 


우리 모두가 한때 지원자였고 앞으로도 몇 번의 지원자가 될 것이다. 면접관과 HR팀에게는 현업과 더불어 끓임 없이 이어지는 면접과 서류 검토 과정이 반복되고 지겨울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지원자는 그렇지 않다. 탈락해버리면 그 회사 채용과정에서 겪은 일들이 그 회사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제출한 서류를 꼼꼼히 읽어와서 예리한 질문을 해주고 이야기를 경청하고 피드백을 준 회사들에게 고맙다. 그들 덕에 면접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빨리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줬다. 탈락했지만 좋은 인상이 남아 구직자들 오픈 카톡이나 업계 선후배,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근데 이미 그 기업들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소문과 직접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어쩌면 채용을 잘하는 것이 좋은 기업의 홍보, 브랜딩, 세일즈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