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현실이 된대 (나)

1년 후 작가가 된 나에게

by 달초롱

"오늘은 제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이에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네요. 그러니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작가로 데뷔했다. 내 나이 40이었다. 작년 새해를 맞이한 다짐이 다섯 개가 있었다. 매번 올라오는 다이어트와 기상 미션 외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책 읽기, 육아일기를 리스트에 추가했다. 난독증이 의심될 정도로 한 문장 읽는 게 왜 이렇게 느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는지, 엉덩이가 들썩 거리는 두세 달의 시간이 지났다. 다행히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이제는 어디를 가든 책을 챙겨 간다. 육아 일기는 100일간의 추억을 담아 영재의 생일인 4월에 맞춰 출간하였다.


글쓰기는 육아 일기 쓰는 정도로 밖에 고려하지 않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점핑 운동, 계단운동, 산책, 아쿠아로빅 등을 시도했고, 그 내용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블로그에 한 두 개 글을 올리다 보니 뭔가 상업적인 느낌 때문에 내 마음을 들여다 보기보다는 정보성이나 이슈가 되는 글을 찾게 됐다. 남편의 권유로 브런치에 가입하여 운동 관련 글을 몇 개 올려봤다. 흥미롭긴 한데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었고, 소재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부담스러웠다. 그 와중에 아이가 아파 운동을 멈췄고, 글짓기도 중단했다.


꾸준히 책을 읽은 덕분인가. 예전처럼 나를 닦달하거나 포기했다고 자책하지 않았다. 여유가 생기면 멈췄던 일들을 다시 시작했다. 완벽하기보다는 한 번 시도해 봤다는 것, 다음에 또 해봤다는 거에 의의를 뒀다. 그렇게 글쓰기도 재개했다.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적기로 했다. 죽은 구피를 달팽이가 부지런히 먹어 없앴던 지난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서두에 구피를 넣다 보니 초등학교 때 열대어를 키우며 썼던 일기장이 생각났다. 열대어의 새 생명들이 태어나는 순간들은 정말 경이로웠다. 쓰다 보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언급도 못하고 마감했다. 글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권유하던 남편에게 발행된 글 소식을 알렸다.


"잘 썼네, 재밌다. 이렇게 매일 100개 쓰면, 내가 출간해 줄게!"


점수가 후한 내 짝 덕분에 구독자가 한 명에다, 댓글이 없어도, 계속 글을 쓸 수 있었다. 지인들에게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은 했지만 계정은 알려주지 않았다. 남에게 의식하지 않고 내 속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제 서점에서 내 책을 만나 볼 수 있을 테니 마음껏 봐달라고 홍보해야겠다.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바로 너라고.


글을 쓰다 혼자 울다 멋쩍어하고, 갑자기 생각난 지인들에게 오랜만에 연락도 취했다. 한 달 정도 되니 추억이 꽤 쌓였다. 생각나는 글감이나 생각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었는데 막상 자리에 앉으면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 괜히 다리도 떨어보고,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틀어보고, 자연스레 화장실도 간다. '뭔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책꽂이에 꽂혀 있던 에세이(김연수 작가님의 청춘의 문장들)를 펴봤는데 글들이 다 주옥이다.


뭐든지 공부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에 글 짓는 공부는 따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잘 쓴다고 해서 그냥 쓰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급한 대로 에세이 쓰는 법 관련 책도 사고, 필사도 해보고, 꾸역꾸역 인풋을 넣어본다. 지금의 기량이 아쉽긴 하지만 글쓰기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게 남을 감동시키기 보다는 나를 치유하는 100일의 일기 같은 에세이가 모였고, 내 편은 약속을 지켰다.


남편이 만든 책이 독립서점에 입점했다.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인세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에세이 다운 에세이를 작성하는 중이다. 침대 맡에서 다른 작가분들이 쓰신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부디 잠을 청하는 동안 다른 분들의 아름다운 글들이 나에게 들어와 새롭게 탄생되기를 바라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만의 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