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으로 여행 가기
166km, 두 시간 반을 운전하면 시댁에 도착한다. 거리가 있어서 자주 갈 수는 없지만, 꼭 찾아가야 할 생일이나 명절, 또는 남편의 도피 거주지로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이의 돌봄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도 '시댁 찬스'는 염두하지 않는다. 시댁 식구도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은 없다. 그렇게 적당한 거리 덕분인지, 시댁 방문은 오랜만에 별장으로 여행 가는 기분이다.
12월에는 7살 차이가 나는 시동생의 생일이 있다. 남동생은 과묵한 편이라 평상시에는 목소리 듣기가 어렵지만 묻는 질문에는 꼬박꼬박 성실하게 대답을 해준다. 가벼운 목소리를 가진 남편과는 다르게 낮은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가 울린다. '여자친구는 잘 지내니, 결혼은 아직 생각 없니?, 일은 재밌니? 이번에는 어디로 여행 가니?' 따위의 시부모님도 잘 안 하시는 기피 질문들을 혼잣말처럼 해댄다.
"아이고, 내가 꼰대다, 오지랖이다. 그래서 어떻게 한다고?" 다들 말은 안 하지만 분명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것이다. 시동생은 그런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듯,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연다.
시어머니는 한상 차린 음식들로 식구들을 맞이해 준다. 내가 한 요리도 이제 제법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요리를 보면 '와-' 감탄하게 된다. 아버지가 손수 캐오신 고사리, 곤드레, 건취나물 3종 세트에 고기가 빠질 수 없지, 갈비, 이번에 김장한 적당히 매콤하고 아삭한 김치에 어울리는 보쌈, 어느 것으로 먼저 싸야 될지 고민하게 만드는 배추, 양배추, 상추, 깻잎, 차려져 있는 음식을 한 번씩 맛보면 이미 불러 버린 배를 탓하게 된다. 아직도 바쁘게 소화시키는 몸을 이끌고 다음 밥상 앞에 앉는다. 공깃밥이 많다며 몰래 남편에게 덜어놨다. 이번에는 낙지와 삼겹 볶음이 유혹한다. 하는 수 없이 식사 중간에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압력밥솥에 있는 아직 김이 모락 나는 밥을 두 수저 더 얹어 온다.
다 같이 바깥바람을 쐬러 나온다. 아차,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반팔을 벗어던지고, 긴팔과 외투를 챙겨 입는다. 입김이 나오는 겨울일터인데, 집 안은 어찌나 더운지. 밥 먹는 동안에도 뜨겁게 달구어진 엉덩이를 들썩이다 못해 난방 스위치를 외출로 슬며시 돌려놓는다. 바닥의 열기가 이제 좀 가라앉나 싶으면 다시 또 활활 뜨거워진다. 여기가 바로 핀란드의 사우나인가. 확인해 보면 스위치가 말도 없이 또 올라가 있다.
가끔 가는 별장으로의 여행이 끝나면 후유증이 크다. 아이는 또 언제 가냐고 울음을 터트린다. 고작 주말 사이에 2킬로나 찐 게을러진 몸뚱이를 겨우 일으켜 본다. '오늘은 뭐 먹을까?' 다행히 시댁에서 가져온 김장과 음식들이 냉장고에 한가득이 있다.
매번 남기는 메시지지만, '이번에도 잘 먹고, 잘 쉬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괜히 숙소 잡는데 시간이며, 돈 을 쓸 필요가 없다. 조식뿐만 아니라 중식, 석식도 제공되는 따뜻한 별장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