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괄량이(26세)/폐암4기

by 달고나


폐암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환경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생각의 변화까지도.

보험금으로 통장에 9천만 원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큰 액수였다.


보험금은 치료비 목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병원비, 약값 등의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돈을 다른 목적으로 쓰고 싶었다.

도전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 돈이 나에게 온 기회라는 생각뿐이었다.

행복한 상상을 했다. 건강을 담보로 얻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철없던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됐어



수술 후 회복하는 기간 동안 ‘오히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오히려 지금 발견한 게 잘된거지. 건강검진으로 빨리 발견했기에 수술할 수 있었던 거야.’

‘오히려 잘된 게, 내가 그만 큼 쉴 수 있었잖아?’

‘오히려 좋아! 보험금 얼마받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폐암이 별것 아니게 느껴졌고, 유난떨고 싶지 않았다.

빨리 퇴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곧 6인실로 옮겨졌다. 퇴원하는 날을 기다렸다.

9시 취침시간에 아픈 사람들의 앓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

잠에 방해되는 텔레비전 소리도 듣기 싫었다. 얼른 집에가서 컴퓨터나 하고 싶었다.

수술 부위가 다 낫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았다.

진통제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퇴원 날짜가 됐다.

기쁜 마음으로 빠르게 퇴원 수속을 밟았다.

등에는 아직 낫지 않은 수술 자국이 있었지만, 잊었다.

숨을 편하게 쉴 수 없었지만 그런 것도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좋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번 더 주어진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