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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고나 Oct 26. 2023

왕따는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꾼다

왕따, 폐암, 그리고 각종 실패들... 그러나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어릴 때의 나는 매우 밝고 낯가림 없는 아이였다.

똥꼬 발랄한 강아지가 사람이라면 아마 나와 같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 일을 겪기 전까지는...


이 일을 겪은 이후의 삶은 암담하기만 했다.

왕따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혔다. 왕따는 8살부터 쌍둥이 여자애들의 주도하에 시작되었다. 어린 나이였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보복이 두려웠고, 어른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겨우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거나 전학 보내달라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그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나는 그 시간이 지나기를 바랐다. 너무 괴로운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버티다... 버티다... 버티다 못해 '내가 죽으면 이 고통이 끝나지 않을까?'라며 자살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구용 커터 칼로 팔을 그었으나 칼 날은 무뎌서 아프기만 했다. 아픈 것을 참고 팔을 계속 긋다 보니 피가 보였고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죽을 용기조차 없구나'라며 다시 한번 살고자 했다. 죽는 것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자 게임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나는 게임 중독자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벗어나 중학교를 가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가 나의 과거를 말할까 노심초사했다. 나에겐 마치 '왕따'는 주홍 글씨와도 같았다.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거기에 온갖 이유와 소문에 살이 붙는다. 그렇게 왕따 낙인이 찍히면 아무도 다가오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차라리 아무도 나를 모르기를 바랐다.


내 삶은 그렇게 회피의 연속, 남들처럼 평범해지기 위해서, 더 잘해보려고, 스스로를 숨긴 채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며 살아간다. 겉으로는 밝은 척, 에너지가 많은 척, 경청하는 척하지만 뒤돌면 상대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진심이 아니었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거부한다. 나도 그들과 달랐기에 거부당할까 봐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려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격으로 포장했다. 내면을 돌보지 않은 채로 말이다.




도망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다만 시간을 벌어줄 뿐.


폐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카페 창업을 실패했을 때도, 투자를 실패했을 때도 나는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왕따였지만 모든 것을 '왕따'때문이라 하고 싶지 않았다. 회피, 도망은 문제를 해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내 앞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회피와 도망은 문제를 무의식 저편으로 보내면서 인생에 다가올 많은 선택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과거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잘해보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실패를 겪어봤을 것이다. 몇 번이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상실감과 우울감에 빠지기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언젠가 오게 될 인생의 종착역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죽음은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떻게 살아갈지는 내가 정해도 되지 않을까?

왜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아 앞으로 남은 기회조차 버리려 했는지...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스스로 죽으려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누구와 함께할지, 어떤 일을 하며 돈을 벌지, 어떤 취미를 가질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지 등등. 살아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선택에서 기준점이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행복은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비록 왕따와 폐암이라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할 '해시태그(#)'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용기 내어 풀어보려 한다.  이야기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프롤로그_실패한 인생이라고 누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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