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그릇을 키우는 정서 레시피

chapter 2 : 글자 대신 그림을 먼저 읽는 시간

by 테라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나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어른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바로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으며 또박또박 읽어주는 것이죠. "사·과·가·데·굴·데·굴." 어른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읽어주면 글자를 더 빨리 깨치겠지?'라는 기대가 선생님의 마음속에는 '이 내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데'라는 의무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의 눈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아이는 어른의 손가락 끝이 아니라, 사과 옆에 기어가는 아주 작은 개미나 사과의 색깔이 변하는 미묘한 결을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입니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에게 그림은 텍스트 그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유일한 언어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느낀 것은, 글자를 빨리 깨친 아이보다 그림을 낱낱이 뜯어본 아이가 훗날 행간의 숨은 뜻을 파악하는 능력이 훨씬 탁월했습니다. 만약 글자를 읽는 데만 급급하다면, 아이는 그림 속에 숨겨진 수만 가지 이야기를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림 속에 숨겨진 셰프의 '비법 재료' 찾기

그림책 작가들은 결코 의미 없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글자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이야기는 늘 그림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1. 감정의 색깔 읽기 (정서적 문해력)

글로는 "주인공은 슬펐어요"라고 짧게 적혀 있어도, 그림 속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거나 비가 내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색감을 통해 주인공의 슬픔을 입체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때 "주인공 마음이 어떨까?"라고 묻기보다, "와, 하늘색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라고 물어봐 주세요.

아이는 시각적 단서를 통해 감정의 온도를 스스로 체득합니다. 이것이 훗날 자굼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힘이 됩니다.

2. 텍스트 너머의 서사 (숨은 그림 찾기)

앤서니 브라운의 [숨바꼭질]에서는 동생이 숨을만한 장소를 시선으로 따라가면서도 그림 속 배경을 자세히 보면 강아지 얼굴, 용 등의 기괴한 물건들이 숨어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숨은 서사'를 발견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부모님이 글자를 읽어주는 속도를 늦추고 아이가 그림 속 요소를 충분히 발견할 시간을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 저기 뒤에 누가 숨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짧은 추임새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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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자,선생님들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growing_room 상담 심리사이자, 좋은 글에 다정하게 다가가는 댓글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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