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을 덜어낸 자리에 자라는 문해력

Chapter 9 : 책을 덮은 직후, 골든타임 사수하기

by 테라

밥 먹자마자 달리기를 시키지 마세요.

"자, 다 읽었다! 주인공 이름이 뭐였지?"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이유가 뭘까?"

책을 덮는 순간, 어른들은 반사적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비싼 밥을 사줬으니 잘 소화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혹은 이 책에서 교훈 하나라도 건져가길 바라는 조급한 마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덮은 직후 3분이야말로 아이의 문해력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침묵의 골든타임입니다.

방금 읽은 이야기의 이미지들이 아이의 뇌 속에서 불꽃놀이처럼 터지고,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자기만의 세계로 자리 잡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어른이 불쑥 끼어들어 "내용이 뭐야?"라고 팩트(Fact)를 묻는 것은, 근사한 식사를 마친 사람에게 숨 쉴 틈도 없이 계산서를 들이미는 것과 같습니다. 맛있게 먹은 음식은 소화될 시간이 필요하듯, 감동적으로 읽은 책은 멍하니 음미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확인하지 마세요. 그저 그 여운을 함께 느껴주세요.


독후감 숙제? 맛있는 녀석들도 체하게 만드는 노동입니다.

"말로만 말고 글로 좀 남겨야지. 그래야 진짜 네 것이 되지." 책을 읽고 난 뒤, 2차전을 준비합니다. 바로 '독후감'입니다.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쓰기 강박' 때문입니다. 신나게 놀이공원에서 놀고 나왔는데, 갑자기 "자, 지금부터 바이킹의 운동 원리와 느낀 점을 A4 용지에 꽉 채워 써"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다시는 놀이공원에 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글쓰기는 독서의 '결과'가 아니라, 생각이 무르익으면 터져 나오는 '감탄'이어야 합니다. 형식을 갖춘 빡빡한 줄글 독후감은 아이들에게 '노동'일뿐입니다. 셰프가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때 거창한 논문을 쓰지 않고 작은 메모지에 아이디어를 끄적이듯, 아이들에게도 부담 없는 '메모의 맛'을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여운을 문해력으로 바꾸는 셰프의 '디저트 레시피'

1. 침묵할 권리를 허락하세요.

프랑스의 비평가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에서 책을 읽고 난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독자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어른들도 감명 깊은 영화를 보고 나오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합니다. 아이가 책을 덮고 먼 산을 보거나 멍하니 있는 것은 생각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지금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뇌의 깊은 곳에 저장하는 치열한 '소화 작용' 중입니다. 이 침묵을 깨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어른도 조용히 책 표지를 쓰다듬으며 기다려주세요. 그 고요함 속에서 아이의 생각 주머니는 가장 크게 자라납니다.

2. '시험'이 아니라 '고백'을 하세요.

질문을 하고 싶다면 '너(You)'를 묻지 말고 '나(I)'를 말하세요. "너 이거 무슨 뜻인지 알아?" 대신

"아까 그 장면에서 가슴이 철렁했어."라고 말해보세요. 어른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면, 아이는 평가받는다는 긴장을 풀고 자신의 감정을 꺼내놓습니다. 독후 활동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대화'여야 합니다.

3. 질문의 메뉴를 바꾸세요 (닫힌 질문 vs 열린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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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자,선생님들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growing_room 상담 심리사이자, 좋은 글에 다정하게 다가가는 댓글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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