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책을 맛있게 먹는 아이로 키우기

Chapter 30 : 나도 이제 이야기 요리사! 읽기만큼 신나는 쓰기

by 테라

남이 해준 밥만 먹던 아이, 이제 고사리손으로 직접 '나만의 요리'를 시작하다.


"우리 애는 읽기는 하는데, 일기 쓰자고 하면 도망가요."

"글 좀 써보라고 하면 '쓸 말이 없다'라고 입을 삐죽거려요."

당연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즐겁지만, 직접 요리하는 건 귀찮고 힘든 일이니까요. 책 읽기가 맛있는 밥을 먹는 시식이라면, 글쓰기는 직접 재료를 다듬고 볶는 요리입니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죠.

하지만 진정한 미식가는 결국 칼을 잡게 되어 있습니다. "이 맛은 어떻게 낸 거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결국 끄적끄적 무언가를 쓰고 싶어 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단, 여기서 '쓰기'를 '깍두기공책'이나 '맞춤법 검사'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셰프가 제안하는 쓰기는 낙서와 말하기에서 시작해 내 책 만들기로 완성되는 즐거운 놀이입니다. 유아에게는 그림이 곧 글이고, 아이의 재잘거림이 곧 훌륭한 원고입니다.


꼬마 요리사를 춤추게 하는 셰프의 '창작 레시피'

1. 재잘재잘 말하면 엄마가 쓱쓱! '받아 적기'의 마법

글씨를 아직 모르는 아이, 혹은 쓰는 게 서툰 저학년에게 연필을 쥐여주면 '놀이'가 '노동'이 됩니다. 이때는 부모님이 '받아 적기 대장(보조 셰프)'이 되어주세요.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 옆에서 물어보세요. "우와, 공룡이 입을 쩍 벌리고 있네? 뭐라고 하는 거야?" 아이가 신나서 "배고파! 사탕 줘!"라고 외치면, 그 말을 그림 옆에 그대로 적어주세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문자가 되어 종이에 박히는 걸 본 아이는 '와, 내 생각도 책이 될 수 있구나!'라는 짜릿한 기분을 느낍니다.

2. "나라면 소금 대신 설탕!" 내 맘대로 결말 바꿔 맛보기

"자, 이제 글 써봐."라고 하면 아이들은 얼음이 됩니다. 이때 가장 좋은 재료는 살짝 비틀기입니다. 이미 있는 맛있는 요리(그림책)에 나만의 소스를 한 스푼 넣는 거죠. "흥부전 결말이 마음에 들어? 만약 흥부가 박을 탔는데 도깨비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백설공주가 사과를 안 먹고 잼을 만들어 팔았다면?" 이미 있는 이야기에 숟가락 하나만 얹어보는 것, 이 사소한 장난이 아이를 독자에서 작가로 변신시킵니다.

3. 종이 한 장 접었을 뿐인데, "와! 나도 책 만들었다"

A4 용지 한 장에 글을 채우라고 하면 '숙제' 같지만, 종이를 반으로 접어 스테이플러로 집어주면 '책'이 됩니다. 아이들은 이 '책 모양' 자체에 열광합니다. 표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제목을 쓰고, '지은이: 김철수'라고 자기 이름을 쓰는 순간, 아이의 어깨는 하늘까지 솟아오릅니다. 내용은 낙서여도 좋고, 그림만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나도 책을 만들었다"는 그 뿌듯한 마음이 아이를 평생 글 쓰는 사람으로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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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잘 이해하는 선생님이자,선생님들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growing_room 상담 심리사이자, 좋은 글에 다정하게 다가가는 댓글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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