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도 환기가 필요해요.

by 테라

밤 10시입니다.

오늘 당신의 방 창문을 활짝 열어보셨나요?

탁한 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바람을 들이는 '환기'는 건강한 공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당신의 마음속 방은 어떤가요?

혹시 창문을 꼭 닫아둔 채 답답한 감정들을 그대로 가둬두진 않으셨나요?


오늘은 남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에는 환기창 하나 내주지 못한 분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상담실에는 늘 웃는 얼굴로 '괜찮아요'를 말버릇처럼 달고 사는 분들이 찾아옵니다.

이름도 직업도 다르지만 그분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체증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편의상 이분들의 마음을 모아 P님 사연이라고 불러볼까요?


상담실을 찾은 P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저는 화를 잘 못 내겠어요.
그냥 저 하나만 참으면 조용히 지나니깐..


P님은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겪어도 꾹 참고, 친구의 무례한 농담도 "괜찮아"라며 분위기를 맞춥니다.

자신의 감정을 마치 소중한 보물처럼 모아두고 있었던 거죠.

억울함, 분노, 짜증 같은 감정조차 버리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아둔 채로요.


" 그런데 밤만 되면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답답해서 잠이 안 와요.
별거 아닌 일에도 자꾸 눈물이 나요."


우리는 종종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웁니다.

나 하나 참으면 모두가 편안할 거라 믿으며, 내 감정의 문을 꾹 닫아버리는 거죠.

그래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곪아가고 스스로를 병들게 합니다.


하지만, 배출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패합니다.

감정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가둬두면 썩기 마련이거든요.

아무리 깨끗한 물도 고이면 탁해지고, 때가 끼듯

제때 내보내지 못한 서운함과 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취를 풍기며 마음의 방을 가득 채웁니다.

이건 당신이 착해서가 아니라, 감정 처리 시스템의 순환이 막혀버린 탓입니다.

지금 가슴이 답답하다면, 마음의 환기창을 열 때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당신께,

저는 이런 처방을 드리고 싶습니다.


집 안의 쓰레기는 매일 버리면서, 왜 마음의 쓰레기는 끌어안고 주무시나요?
감정에도 '분리수거'와 환기'가 필요합니다.


거창한 방법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듯, 입을 열어 배출해야 합니다.


"나 사실 기분 나빴어." "아까 그 말은 좀 힘들더라."라고

소리 내어 말하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욕이라도 한 바가지 시원하게 뱉어내세요.


상담심리사로서 드리는 말씀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만큼, 내 마음의 공기를 맑게 유지하는 데에도 정성을 쏟으세요"라는 것입니다.

억누른 감정을 끌어안고 잠들지 마세요.

그건 보물이 아니라, 그저 내다 버려야 할 생활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마음에 배경음악으로 깔아드리고 싶은 곡은 손디아의 <어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qe220lkJzc&list=RDiqe220lkJzc&start_radio=1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이 노래는 억지로 '힘내라'라고 다그치거나

"너는 왜 솔직하지 못하니?"라고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 아무 일 없다는 듯 버텨낸 당신의 무거운 어깨를 가만히 바라봐 줍니다.


"다 알아요.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울고 싶었잖아요."


가사가 건네는 나직한 독백을 듣다 보면,

긴장하느라 굳어있던 마음의 빗장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


눈물은 마음을 청소하는 가장 좋은 빗물입니다.

오늘 밤은 이 노래에 기대어,

참아왔던 눈물을 흘려도 좋아요.

그렇게 한바탕 마음을 씻어내고 나면,

당신은 조금 더 단단하고 빛나는

'진짜 나'를 만나게 될 거예요.


혼자 삭이지 마세요.

당신의 감정은, 당신이 안아줘야 해요.


"오늘 하루도, 버티느라 참 애썼어. 이제는 좀 편해지자."


한결 가벼워질 당신의 밤을 응원하며...





오늘의 마음 문장


우리는 매일 방 안의 먼지는 닦아내면서,
왜 미움과 걱정은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할까요?
감정은 끌어안고 버텨야 할 짐이 아닙니다.
때가 되면 창문을 열고 흘려보내야 할,
지나가는 바람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