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해도 될까요, 결혼?

1월 3주, 금요일

by 테라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궁금해하는 것들 중 하나가 있습니다.


"선생님, 몇 살이에요?"


생김새 만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지

어느 때는 자기들의 나이와 비슷하게 추측을 하였다가,

어느 날에는 엄마의 나이와

또 어느 날에는 백 단위의 나이로 추측을 하곤 합니다.


신비감(?)을 좋아하는 저는 종종 불멸의 존재인 냥

고무줄 나이를 말하며 능청을 부리기도 하지요.


"너희 하고 친구니깐, 선생님은 7살이지."
했다가도 계속되는 질문에는
"쉿, 비밀이야. 사실 선생님 나이는 800살이야"
라고 응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이들의 눈에 저는 아주 오래도록 혼자 지낸 신비로운 존재이거나, 혹은 자신들처럼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오늘 아인이가 급하게 두고 간 그림 편지에는 '소개팅'이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네요.


고무줄 같은 나이를 이야기하곤 했지만 분명 결혼도, 다 큰 언니도 있다고 했었는데...


이미 세월의 무게를 가득 담고 있는 현실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제가 더 많이 사랑받고 행복해지길 바람을 담은 특별한 편지를 두고 갑니다.


그림 속, 왕자님이 제법 훤칠하니 맘에 드네요. :-)

현 남편님에게는 비밀일 이 편지는 제 방, 창가에 소중히 자리합니다.

800살 선생님을 생각해 주는 꼬마 사랑꾼의 다정한 마음 덕분에

오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나이를 궁금해하고 짝을 찾아주려 애쓰는 행동은 유아기 특유의 상상력이 타인을 향한 다정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 나이란 숫자의 개념보다 나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가늠하는 마음의 거리입니다.

선생님을 7살 친구로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선생님이 편안하다는 뜻이고,

800살로 믿는 것은 선생님을 모든 것을 다 아는 지혜로운 존재로 우러러보고 있다는 아이들만의 신뢰와 경외심의 표현입니다.

특히 소개팅을 제안하는 엉뚱한 모습은 유아기에 발달하는 사회적 조망 수용 능력을 잘 보여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늘 웃었으면 좋겠고, 좋은 사람과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상대방의 상황을 살피고 행복을 빌어주는 공감 능력의 기초가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행복의 조건인 멋진 짝을 선생님에게 선물함으로써,

선생님과 정서적으로 더 깊이 연결되고 싶어 하는 애착의 욕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교육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을 넘어,

이렇게 아이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다정한 관계 맺음의 연속입니다.

아인이의 서툰 글씨 속에 담긴 마음을 보며, 우리는 아이들이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존재로 부쩍 자라났음을 확인합니다.

선생님의 행복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이 꼬마 사랑꾼들의 순수한 응원이야말로, 우리가 교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가장 달콤하고도 힘이 되는 기적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우리 아이들의 재미난 상상이 때로는 지친 어른의 일상을

다시 반짝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비타민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ㅣ 현실의 남편님은 모르는 '훤칠한 왕자님'과의 소개팅

제안을 책상 밑에 숨겨두는 즐거움처럼,

아이들과 맺는 이 무해하고 비밀스러운 우정을 경험하고

계신가요?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