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는 없습니다만.

1월 4주, 월요일

by 테라

월요일마다 각반에서 옹기종기 모여 함께하는

'주말 지낸 이야기' 시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주말 동안 지낸 이야기를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지요.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부터 새로 산 장난감, 내가 읽은 책 이야기 등 그 어떤 소재든, 내가 주말 동안 경험했던 일을 소개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발표든 이야기 든,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하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무슨 말을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하고, 친구의 이야기에 손을 번쩍 들며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성원이는 수줍음이 많은 친구입니다.

평소 말이 많은 편이 아니기도 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혼자 이야기해야 하는 시간이 오면

들릴까 말까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였지요.


다른 친구들의 순서가 지나, 성원이의 차례가 왔습니다.

'주말 지낸 이야기'를 해보자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질 때부터 성원이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엿보입니다.

하얀 피부의 성원이는 긴장감으로 핏기 없이 더욱 하야 진 듯 보였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그때, 성원이는 느린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한참을 말없이 서 있습니다.

교실 안 침묵이, 아이들의 숨소리와 시계 초침소리에 마이크를 가져다 댄 듯 크게 들리는가 싶더니.

성원이의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선생님, 배가 아파요.

이 말이 주는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다그침이 아닌 유머 한 스푼입니다.

응급상황, 응급상황.
김성원 어린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여기 누으시지요.

교실에 있는 카펫을 깔고, 성원이를 눕힌 후

간지럼을 살짝 첨가한 배 마사지가 시작됩니다.

"까르르..." 웃음이 터진 성원이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교실을 채우더니

어느새 성원이의 복통도 사라집니다.

자, 이제 배 아픈 게 다 나은 김성원 어린이!
주말에 뭐 하셨나요? 들려주시지요~

성원이의 긴장감은 옅어지고,

주말에 엄마. 아빠랑 자동차 박물관에 다녀온 이야기로 친구들의 관심을 한데 모읍니다.

주말 지낸 이야기가 끝난 후, 집에 돌아갈 때까지도 틈만 나면 자동차 이야기로 분주한 아이들이었지요.


정식 의료면허는 없습니다만 아이의 수줍음은

'유머처방'을 통해 조금은 더 단단하게 한 뼘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3-7세 유아에게 ‘주말 지낸 이야기’와 같은 활동은 언어 발달과 사회성, 정서적 성장을 동시에 자극하는 중요한 경험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말로 표현하면서 어휘와 문장 구성 능력을 확장하고, 또래와 교사 앞에서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자신감을 조금씩 키워갑니다.

발표 상황에서 긴장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것은 발달적으로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이를 억누르기보다 안전한 분위기와 유머, 놀이적 요소를 통해 완화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교사가 다정하게 반응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나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며 자존감과 자기표현 능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또한 또래들이 질문을 던지고 관심을 보이는 과정은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기회가 되고, 아이는 자신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발표 시간이 아니라,

유아가 언어·사회·정서 발달을 통합적으로 경험하며 자신감을 키워가는 성장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아이들이 발표 시간에 느끼는 긴장과 설렘을 어떻게

긍정적인 성장 경험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긴장감이 유독 높은 아이는 어떻게 격려해 주고 있나요?


ㅣ 스스로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경험하게 하는 일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할지 생각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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