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깍두기 할까?

1월 4주, 수요일

by 테라

신나는 Gym 시간,

오늘은 풍선 배구 시합이 있는 날입니다.

Gym교실을 가르는 네트가 설치되고, 양쪽에 두 팀으로 나뉘어 풍선을 떨어트리지 않고 상대방의 네트 쪽으로 넘기는 것이 이 시합의 규칙입니다.

한창 자신의 에너지를 끝까지 시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발동하는 여섯 살 친구들은 '시합'이라는 말에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입니다.

우리 팀이 꼭 이길 테야!!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팀 선정에는 매번 선생님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요.

평소 같으면 10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며 두 팀으로 나누기 딱 좋은 인원수인데. 오늘 하필 영철이의 결석으로 9명의 친구들로 팀을 나누자니 어느 쪽이든 한 명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풍선배구를 한다는 말이 시작되자마자 벌써부터 아이들은,

너랑 나랑 같은 팀 하자

그네들끼리의 암묵적인 팀이 정해지기 시작합니다.

짝을 이룬 아이들의 환호성 뒤로 서호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느 쪽에서도 권유를 받지 못한 서호는 평소에도 친구들과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마지막으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이곤 했는지라 오늘 같은 날에는 서호의 모습이 더 도드라지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양 팀으로 나눠진 사이 남겨져 있는 서호의 모습은 4명씩 팀이 모두 결정된 후에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때 누군가 이야기를 건넵니다.

어? 그럼 서호는 무슨 팀하지?

그 말에 더욱 당황한 서호가 주저하고 있을 때,

선생님은 제안합니다.

오늘, 우리 서호는 깍두기야!

깍두기요?

생소한 이 단어에 모두들 눈이 동그라진 사이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깍두기는 이 팀에서도 치고, 저 팀에서도 칠 수 있는 특별한 선수야. 서호가 있는 팀은 풍선을 한 번 더 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지!

선생님의 설명에 아이들은 순식간에 부러움의 말을 건넵니다.

좋겠다. 나도 깍두기 하고 싶다. 선생님 나중에는 저도 깍두기 시켜주세요.
우리 팀 잘 도와줘, 서호야~

조금 전까지 남겨져 있던 한 명, 서호는 이제 모두가 부러워하고 자신의 팀을 승리로 이끌 도움선수가 되었습니다. 이 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은 기분만큼이나 높이높이 깡충깡충 풍선을 향해 열심이던 서호였습니다.





유아기는 또래와 함께하는 놀이 속에서 사회적 관계와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로,

3~7세 아이들은 경쟁과 협력, 소속과 배제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정서적 성장을 이룹니다.

풍선 배구와 같은 단체 활동에서 팀을 나누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순간이 되며,

동시에 누군가가 배제되는 경험은 또래 관계에서 민감하게 드러나는 발달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때 교사가 ‘깍두기’라는 새로운 역할을 제안하여 한 아이를 특별한 존재로 재구성한 것은 단순히 균형을 맞추는 해결책을 넘어, 아이가 공동체 속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갖도록 돕는 교육적 개입입니다.

이는 유아기의 발달적 특징인 사회적 상호성과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는 경험으로,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으며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또래들은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며 유연하게 사고하고,

한 명의 친구를 특별한 자원으로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 능력과 협력적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순간은 유아기의 놀이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발달을 촉진하는 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교사의 따뜻한 시선과 창의적 개입이 평범한 놀이를 모두가 존중받는 배움의 장으로

바꾸어 주는 교육적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완벽한 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도 혼자 두지 않는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까요?


ㅣ 놀이 속에서 모두가 존중받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제 놀이의 주류를 이루었던 기억 중 하나는 바로 '깍두기'였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썼던 그 호칭 '깍두기'. 그것이 있었기에

어린 시절의 놀이는 모인 친구의 수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용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왜 쓰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검색하면 바로 답을 알려주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줍니다.

근거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


1. ‘깍두기 반찬’에서 온 유래 (가장 유력한 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김치나 고기 요리 등 메인 반찬은 정해져 있지만, 깍두기는 어떤 음식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반찬입니다. 설렁탕에도, 라면에도, 밥반찬으로도 어디든 곁들여지죠. 이처럼 놀이판에서도 "이쪽 팀에도, 저쪽 팀에도 끼워줘도 잘 어우러진다"는 의미에서 깍두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2. ‘자투리’의 의미

깍두기를 담글 때 무를 썰다 보면 정육면체 모양이 안 나오는 자투리 조각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모양은 조금 반듯하지 않아도 버리지 않고 같이 버무려 깍두기로 만들죠. 이처럼 팀을 나눌 때 인원수가 맞지 않아 남게 된 사람을 버리지 않고(소외시키지 않고) 함께 놀이에 참여시킨다는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설입니다.


3. 언어적 유희 (깍두기 → 깍둑 → 가닥)

일부에서는 '가닥가닥' 나뉜다는 말이나 '깍둑깍둑' 썰어낸다는 의성어에서 유래를 찾기도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감초 같은 역할"이라는 반찬의 특성에서 왔다는 것이 가장 널리 통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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