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영업 중.

1월 4주, 목요일

by 테라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자리는 정적이 흐릅니다.

복도를 채우던 음악소리도, 교실마다 가득하던 이야기도 잠잠해지고 의자에 깊숙이 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문 앞으로 작은 그림자들이 분주히 오갑니다.


분명 정규활동 이후, 돌봄에 참여하는 친구 몇 명이겠지.. 짐작을 합니다.

드디어 몇 초 만에 드러난 실루엣의 정체는

이안, 이준, 아윤 돌봄 활동 3 총사입니다.

이들의 손에는 각기 장난감 가위와 빗, 고무줄 등이 들려있습니다.

선생님, 저희가 머리 이쁘게 해 드릴게요.
움직이면 안 돼요!!

요청하지도 않은 헤어변신 서비스는 이렇게 불쑥 등장한 '디자이너 3인방'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안이는 어느새 제 뒤로 자리를 차지하고는 '공주님으로 만들어 드릴게요'라며 너스레를 떨고

좌우로 각각 이준이와 아윤이가 자리를 차지하고는 구르프와 고무줄을 묶기에 분주한 손길이 오갑니다.

아얏!!

작은 고무줄들이 머리카락을 스칠 때마다 참고 싶어도 터져 나오는 작은 아픔들이 이어집니다.

고사리 손의 야무진 힘에 머리카락이 당겨질 때마다 눈꼬리가 절로 올라가지만 '아얏' 이어지는 작은 아픔의 소리는 이들에게 들리지 않는가 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거의 다 됐어요.

비장한 디자이너의 표정과 말에 얌전히 머리를 내어줄 수밖에요.


한참이 지났을 까, 디자이너들이 드디어 거울을 제 앞에 비춰줍니다.


거울 속 모습은, 꼬마 예술가들의 혼돈 그 자체.

여기저기 삐쭉 솟은 머리카락과 형형 색깔 고무줄이 굴비 엮듯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고통(?)의 결과물을 바라보며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뿌듯하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다지이너들의 웃음소리에 조금 전 따끔함은 사라지고, "정말 예쁘다~"라는 인사로 답례합니다.


우리 원의 헤어숍은 아직도 영업 중입니다.

삼총사 디자이너들이 퇴근(?) 하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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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는 상상력과 역할놀이를 통해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표현을 확장하는 시기로,

3~7세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사회적 역할을 모방하고 재구성하며 놀이로 풀어내는 특징을 보입니다.

‘디자이너 3인방’의 헤어놀이 역시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인 세계를 관찰하고 이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발달적 과정이며, 이는 상징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가위와 빗, 고무줄 같은 도구를 활용해 실제 미용사의 행동을 흉내 내며,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상호성과 협력적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교사의 머리를 꾸며주며 “공주님으로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은 타인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애정 표현이자, 자신들의 놀이가 인정받기를 바라는 사회적 욕구의 발현입니다.


이때 교사가 작은 아픔을 참아내며 아이들의 시도를 존중하고 결과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상상과 표현이 가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이는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중요한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러한 순간은 유아기의 발달적 특징인 모방, 상상, 사회적 협력, 정서적 표현이 응축된 장면으로, 평범한 돌봄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관계를 확장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따뜻한 교육적 경험을 만들어 갑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정말 예쁘다"라는 다정한 거짓말이 사실은 거울 속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의 예쁜 마음을 향한 진실한

고백이었음에 공감하시나요?


월, 화, 수, 목, 금 연재